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희 Oct 21. 2023

동생에게 보내는 축사

결혼 축하해 

이번주 어느 저녁에 힘든 하루를 끝내고 신라면을 끓여 먹는데 문득 오래 전 너와의 기억이 떠올랐어.

어린 날, 정확히는 난 교복을  입을 나이였고 넌 아직 아니었던 때였어

늦은 오후 너는 배가 고프다고 했고 그 말에 나는 정성스레 신라면을 끓였지, 

그게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요리였어.

동생을 위해 무언가 해냈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 뿌듯하기도 했지.

얼마나 맛이 있던지 우리는 함께 라면 한그릇을 순식간에 싹 비웠어. 

그런데 맵기 때문에 둘 다 입술이 퉁퉁 불어버린 거야.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가 입술이 왜그러냐며 놀라 물었지.

그 말에 우리는 말없이 배시시 웃기만 했어.


그렇게 우리는 자매라는 이름 아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지나왔어.

그러던 우리가 이제는 신라면보다 훨씬 더 매운 음식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만큼 훌쩍 커버렸어.

남이었으면 함께할 수 없었던 소소한 추억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데

지금은 가족이라는 둥지를 떠나

서로 다른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한없이 신기하기도 해.


너가 한 사람의 손을 맞잡고 남은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 보겠다는 결심을 전했을 때 

미처 다 말하지 못했지만 참 대견했어.

앞으로 너에게 올 나날도 우리가 함께 흘려보낸 

시절처럼 더없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비록 다시 어려운 순간이 널 찾아오더라도

옆에 있는 그 사람과 서로 사랑으로 보듬어 가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기억해 줘. 

너의 뒤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너의 친구로 남아있을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결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