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하해
이번주 어느 저녁에 힘든 하루를 끝내고 신라면을 끓여 먹는데 문득 오래 전 너와의 기억이 떠올랐어.
어린 날, 정확히는 난 교복을 입을 나이였고 넌 아직 아니었던 때였어
늦은 오후 너는 배가 고프다고 했고 그 말에 나는 정성스레 신라면을 끓였지,
그게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요리였어.
동생을 위해 무언가 해냈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 뿌듯하기도 했지.
얼마나 맛이 있던지 우리는 함께 라면 한그릇을 순식간에 싹 비웠어.
그런데 맵기 때문에 둘 다 입술이 퉁퉁 불어버린 거야.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가 입술이 왜그러냐며 놀라 물었지.
그 말에 우리는 말없이 배시시 웃기만 했어.
그렇게 우리는 자매라는 이름 아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지나왔어.
그러던 우리가 이제는 신라면보다 훨씬 더 매운 음식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만큼 훌쩍 커버렸어.
남이었으면 함께할 수 없었던 소소한 추억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데
지금은 가족이라는 둥지를 떠나
서로 다른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한없이 신기하기도 해.
너가 한 사람의 손을 맞잡고 남은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 보겠다는 결심을 전했을 때
미처 다 말하지 못했지만 참 대견했어.
앞으로 너에게 올 나날도 우리가 함께 흘려보낸
시절처럼 더없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비록 다시 어려운 순간이 널 찾아오더라도
옆에 있는 그 사람과 서로 사랑으로 보듬어 가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기억해 줘.
너의 뒤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너의 친구로 남아있을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결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