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무슨 일을 하든 기세가 중요하고 책 만들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몸담은 출판계는 얼핏 조용하고 점잖아 보이지만 사실은 소란스러우리만치 기세 좋은 인재들이 여럿 상주하고 있다. 책 뒤에서 안경 휘날리도록 활약하는 자들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하루종일 숏폼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시대에 그들은 고집스레 책이라는 올드미디어 산업에 종사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종이 재질, 카피 한 줄, 조사 하나, 제목의 위치 같은 것을 두고 목청 높여 싸워가면서 말이다.
- 112쪽
이슬아 작가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책 안의 '이메일의 프로는 사랑의 프로다'라는 글 중에서
애인과 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할 때였어요. 애인이 아슬아슬한 끼어들기를 하더니 대뜸 한마디하더라고요. "초희야. 세상 모든 일은 결국 기세야. 우리 일할 때도 그렇잖아." 어이없는 멋진 척에 헛웃음이 났지만, 뒷말에는 이상하게 토를 달지 않게 되더라고요. 기세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해 보게 됐어요.
콘텐츠 업계에 몸담아 온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것 같아요. "정말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겠어요?" "그게 진짜 통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의문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 저 깊은 아래서부터 울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죠. '아니, 저도 처음인데 어떻게 알겠냐고요.' 하지만 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무거운 책임이 지워지는 법. 어떻게든 상대를 설득할 말을 찾아 나가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게 되기도 하고요.
요리저리 생각해 봐도 이게 답이다, 이건 정말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바로 눈에 보이는 수치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요. 이럴 때야말로 '기세'가 필요해요. 대뜸 자신만만하게 "잘 될 거예요!" 외치는 거죠. 이 밀은 확신이라기보다 일종의 주술에 가까워요.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단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공기 중으로 흩어진 제 선언은 일말의 힘을 얻게 되죠. 저는 그 힘을 믿어요.
될 거야, 될 거야, 외치다 보면 주변 사람들도 요상하게 유쾌한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기세가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다섯으로 퍼지다보면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의 시너지가 모이게 되면 신기하게도 결과도 좋아요. 열에 여덟은 정말 되더라고요. 실패한 둘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엄청난 '레슨런'을 남긴 의미 있는 실패가 되고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잖아요. 무엇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죠. 그럴 때면 여러분도 그냥 피식 웃어보세요. 긴장과 불안으로 군기가 바짝 든 몸을 '유쾌 상쾌 통쾌'라는 바늘로 펑 터트려 보는 거예요. 그러곤 외치는 거죠. '모두 다 잘 될 거야!' 그 좋은 기세로 모든 일을 해 나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안 될 일도 될 때가 많더라고요.
결국 인생은 기세다! 저마다의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