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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을 이끄는 사랑

이슬아,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by 초희
그 후로도 작가님은 <디어 마이 프렌즈> <괜찮아, 사랑이야> <우리들의 블루스> 등 여러 편의 수작을 완성하셨다. 나는 한참을 종이책 작가로 일하다가 마치 이것만을 바라온 사람처럼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이제 겨우 첫 드라마다. 나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질지는 모른다. 첫 번째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단지 노희경 작가님이 아시게 된다면 좋겠다. 당신을 좋아하다가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걸. 그건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과는 다르다. 그해 여름 나는 당신에게 열광하다가, 급기야 말을 걸다가, 이메일 주소를 수소문하다가, 말을 고르고 또 고르고 지우고 새로 쓰다가, 답장을 기다리다가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얼마나 당신 쪽에 가까워지고 싶은 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로 향하는 과정이었다. 당신이 응답해 주기 전에도 그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
- 70쪽
이슬아 작가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책 안의 '당신을 좋아하다가 내 인생이 바뀌어버렸다'라는 글 중에서


이슬아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 흠모했던 드라마 작가 노희경을 말하는 대목이에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드라마를 사랑해마지 않았던 이슬아 작가는 수소문 끝에 작가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고, 서툰 글솜씨로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 끝에 기적처럼 답장도 받고 나아가 카페에서 짧은 만남도 가져봤다 해요. 이슬아 작가의 학창 시절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였던 노희경 작가는 그가 닮고 싶은 삶 그 자체였다고 회고하죠.


사랑을 정의하는 말은 참 다양해요. '나는 사랑이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해.'에서 '이러이러'는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사랑의 '기능'을 이야기해 보자면 다들 비슷한 말을 꺼낸다는 점이 참 신기해요. 사랑을 키워드로 삼을 때 우리는 입을 모아 이야기하죠. '사랑하면 닮아간다고'


사람은 이야기할 때 관심이 가는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몸이 기운다고 해요. 온몸의 방향은 그를 향해 있고 눈을 마주치든 그의 말에 0.1초도 되기 전에 반응을 하든, 어떻게든 그와 교감하려 애를 쓰죠.


이야기할 때에도 이런데 더군다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지고 그와 연관이 된 거라 하면 어떻게든 코앞에서 느껴보려, 제 손아귀에 쥐어보려 갖은 애를 쓰죠. 그 과정에서 제 삶은 점점 그 사람에게로 기울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문득 그 사람과 나를 '타인'이라 나누던 경계가 흐리멍덩해지기 마련이죠.


사랑으로 새삼스럽게 새 삶을 마주해 본 경험, 다들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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