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평가는 결국 각자가 해야하는 법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 호아킨 피닉스(프레디 퀠),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렝케스터), 에이미 애덤스(매리 수 도드)
전문가 평점 8.91
기자 평론가 평점 8.91점. 영화 검색을 자주 하는 분들이라면 이 점수가 얼마나 큰 점수인지 알 것이다. 웬만한 영화들은 6점도 넘기기 힘들 정도로 기자 평론가 분들의 후한 점수는 받기 굉장히 힘들다. 그렇다면 전문가 평점이 높으면 다 좋은 영화일까? 난 잘 모르겠다. 특히 이번에 리뷰할 이 영화가 그렇다. 전문가들의 평을 들어도, 두 번을 힘겹게 보아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무엇에 감동을 받고 무엇을 전달받아야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작성했다. 전문가들은 이 영화에 어떤 점에 매료되었는지를 알아보고 그 다음 대중의 입장이라 할 수 있는 나의 느낌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인간의 본질을 얘기하다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엄청난 연기
우선 감독부터 보자.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은 모두 난해하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 대부분은 인간에 대한 고찰이며 자신의 철학은 담은 영화들이다. 대표적으로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그리고 있고 이 영화 '마스터' 역시 인간의 연약한 본질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너무 어렵고 난해하고 보는 내내 우리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수의 평범한 눈으로 봤을 땐 그렇다. 해외에선 그의 영화를 매번 영화제에 초청할 정도로 목 빠지게 기다리는 전문가들이 많으며 수상 경력도 많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영화 평론가분들도 이 감독의 열성팬들도 굉장히 많아 보인다. 앤더슨 감독의 모든 영화의 평론가 점수가 7점~8점대이며 감독에 대한 찬사가 매우 많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 아니면 그의 전작품들을 들어보기라도 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많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감독의 작품을 찾아가 본 사람들의 평은 어떨까? 그의 작품을 온전히 다 이해하는 사람은 30%로도 안되지 않을까 싶다. 상징적인 의미가 많고 작품성이 짙으며 그 나라의 역사 지식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굉장히 난해하다는 느낌도 받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다면 많은 점에서 이 영화를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시간 낭비만 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의 구원을 다룬 이야기이다.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했던 군인으로 퇴역하고 돌아왔을 땐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광인이 되어 있었다. 늘 사회에 적응 못하고 도망다니는 신세였던 그가 사이비 종교 '코즈'의 창시자 렝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렝가스터를 마스터로 삼으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렝가스터 본인에게도 프레디 퀠은 자신의 교리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프레디 퀠을 '실험쥐'라 말하며 그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프레디 퀠은 렝가스터의 종교를 비난하는 사람과 마주하기도, 경찰에 붙잡히기도, 프로레스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 벗어나기도 한다. 결국 프레디 퀠은 렝가스터를 떠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의 아프고 순수했던 과거를 떠올리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프레디 퀠은 마지막에 한 여자와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스스로 변화되어 적응하는 인물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이해하기 쉬울 수 있으나 영화를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다. 영화 초반부터 모래로 만든 여인상을 보고 성욕을 푸는가 하며 사진 찍다가 이유 없이 누군가를 폭행하고 또 처음 보는 여성에게 대뜸 글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 모든 장면들이 프레디 퀠의 사회부적응적이며 욕망이 가득 찬 인물을 표현하기 위함인데 보는 입장에선 굉장히 기괴하다. 또 프레디 퀠의 눈에 여성들만 나체로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당최 알 수가 없고 당혹스럽기만 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영화는 긴 시간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몇몇 존재한다.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해도 캐릭터의 감정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그래서 뭘 얘기하는 거지?' 의문만 남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는 정말 유명한 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그들의 연기는 정말 신이 들렸다고 할 정도로 굉장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는 늘 구부정한 어깨의 모습으로 무너진 내면을 표현한다. 또 광기 어린 그의 연기를 보면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 감옥에서 변기를 부수는 장면이나 그의 욕망들을 표출하는 장면들을 보면 정말 분노가 가득 담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겉으로는 완전해 보이지만 발표 앞에서는 불안을 숨기고 화가 날 땐 프레디만큼의 독기를 뿜어낸다. 그런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연기를 굉장히 잘 해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 처음 봤을 때는 호아킨 피닉스만 보이다 두 번째 봤을 때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섬세한 연기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에이미 아담스는 둘의 비해 정신적으로 견고하고 강한 인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렝가스터의 교리에 창시자보다 흔들린 적없고 냉철한 인물이다.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두명 사이에서 완고한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연기에 대한 칭찬만큼은 그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 결국 불안정한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연기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 연기를 할 때에는 메소드, 몰입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연기를 하고 있다. 감정적을 얼마나 힘들었을지 대단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 봤을 땐 스토리를 다 파악하지 못해 온전한 감상이 힘들었다면 두 번째 봤을 땐 스토리를 다 알게 되어서 확실히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확실하게 이 영화를 아리송(?)한 영화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장면들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재회하고 헤어지는 장면에서 그들의 끈끈함은 이해되지만 슬프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상징적인 장면들을 다 이해한다 하더라도 나는 아마 이 영화를 통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는 정반대로 이 영화가 인생 영화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의 감상에 태클을 걸기 위해 이 감상평을 작성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영화라는 점을. 그리고 나와 같은 평가를 할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음을. 전문가들이 높은 점수를 주었더라도 누군가에겐 훌륭한 영화가 아닐 수 있음을 말하고자 작성하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직접 영화를 보고 좋고 안 좋고를 느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느끼는 감정만이 진정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볼 예정이시라면 이 영화가 여러분의 인생 영화 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시길 바란다. (나는 못했지만..)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