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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긜잡이 Nov 25. 2019

[간단 리뷰] 영화 벌새

은희의 행동에 공감이 안간다면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영화 벌새

감독 : 김보라

출연 : 박지후(은희), 김새벽(영지), 정인기(은희 아빠), 이승연(은희 엄마), 박수연(수희)



독립영화


독립영화란 상업성에 취중 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온전히 표현한 영화를 일컫는다. 그 말인 즉 독립영화는 투자자 없이 작품을 임하려 하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를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만든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독립영화는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여러 장소, 각종 수품들을 구하지 못한다. 심지어 영화를 다 만들어 놓아도 상영관 수를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독립영화는 상업성 있는 스토리를 따르지 않으며 유명 배우가 등장하지도 않고 미장센이 강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독립 영화는 꾸준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사랑받는다. 특히 이번 영화 <벌새>는 올해 독립영화 중 최초로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독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 누구의 영향으로 엎어지거나 방향을 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이제는 잔잔한 분위기와 정적인 연출이 독립 영화의 매력이 되어 찾아보는 관람객이 많아져 더 이상 적은 제작비가 독립영화의 한계라 불려지지 않게 되었다. 아직까지 독립영화를 그저 지루하고 작품성이 짙은 영화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더욱 좋은 영화가 등장하여 독립영화의 위상을 높여 더욱 다양한 영화들이 날개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편적인 우리로부터의 이야기

영화의 포스터에는'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라는 문구가 있다. 다시 말해서 1994년에 여중학생이었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에는 크게는 성수대교 붕괴사건부터 그 당시 엄격한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까지 그 당시에 있었던, 있을 법한 일을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그 당시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던 분들이라면 감정적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삐삐와 방방같은 물질적인 경험들이 있을 것이고 정서적으론 딸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과 성수대교가 붕괴했을 때의 가족과 학교의 분위기도 예를 들 수 있다.

물론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아존중적인 부모의 태도 등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 중인 가족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의 은희는 관객 모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아파하고 불안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은희를 통해 과거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덕분에 과거의 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랑받고 싶어 위태로이 치는 날개짓 

위에서 얘기했듯이 은희는 감정적으로 다산 다난한 한 해를 보낸다. 가정에서는 오빠의 폭행과 부모의 편향적인 애정이 있으며 학원에서는 단짝이었던 친구와 절교할 위기가 있었고 눈부시게 동경했던 선생님은 성수대교 붕괴로 잃게 된다. 사랑받길 원하며 위태롭게 날개짓하던 은희는 이 여러 번의 과정으로 살아났다 무너졌다를 반복한 셈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은희를 굉장히 안타깝게 여기고 관계를 맺고 끊어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인물들의 변화로 깨지는 관계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관계로부터의 행복과 갑작스러운 이별 등 실제 우리에게도 있을 법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단단해 보이던 관계는 때론 쉬이 끊기기 쉽고 약해 보이던 관계는 어느새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흔적으로 자리매김되었다. 하지만 끝내 은희는 영지 선생님과의 짧았던 관계 덕분에 앞으로의 삶이 위태롭더라도 꿋꿋이 이겨낼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관계라는 것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구나 생각한다.






은희의 모습이 충분히 안타깝지만..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보편적인 이야기임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없으면 영화 자체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 당시를 살아본 적도 없으며 남자이기 때문에 은희의 그 당시 격정적인 감정 변화를 보고 크게 공감이 가거나 하지 않았다. 특히 은희가 가정에서 느끼지 못한 사랑을 밖에서 얻기 위한 듯한 몸부림은 충분히 공감은 가나 여후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병원에서 뽀뽀를 하는 장면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공감이 가지 않는 서사에 정적인 연출이 덧붙여지니 나는 지루함과 싸우며 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여성분들이 영화 <파수꾼>을 보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사실 전문가 영화로 작성해도 될 정도로 기자 평론가들에게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평가하시는 분들에게도 굉장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에 반해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솔직히 크게 공감 가거나 마음이 움직였거나 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너무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나에겐 독립영화 중 <아이들>과 <파수꾼>, <4등>을 통해 휴머니즘과 교우 관계, 더 넓게는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을면 달라졌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은희의 성장통에 충분히 아파하고 안타까워했지만 결정적으로 은희의 행동과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 내 마음속에 이 영화를 그저 지루한 영화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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