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할 수 있는 교훈을 노련한 연출로 커버하다.
감독 : 벤 스틸러
출연 : 벤 스틸러(월터 미티), 크리스틴 위그(셰릴 멜호프), 숀 펜(숀 오코넬)
따분한 일상 속 스펙터클한 상상
대부분의 우리 '모두'는 따분한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삶에 재미를 못 느끼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우리의 삶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큰 유흥은 우리의 상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상만큼은 내 멋대로 할 수 있으며 어디든 갈 수 있고 화나게 하는 상사를 맘껏 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 안에서만 통쾌하게 살아가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통쾌할지라도 현실에선 더 무기력하게 되고 허망함이 찾아올 것이다. 오직 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과 거리가 멀면 멀수록 괴리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월터는 우리만큼이나 따분한 일상 속 스펙터클한 상상을 자주 하는 인물이다.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주변 인물들은 그를 혼자 멍때리거나 혼잣말 하는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허무맹랑하지만 엄청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 그의 머릿속 상상을 탐험하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그런 월터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삶에 지치고 회사에 지치고 학업에 지치는 등 힘들 때마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상상이 그와 너무나 닮아 있어 신기하다.
영화 초반 월터의 상상은 우리의 머릿속을 훔쳐본 건지 의심될 정도로 우리의 상상과 닮아 있다. 출근길 뜬금없이 불이 난 빌라에서 강아지를 구한다거나 매력적인 이성에게 대시를 했는데 관심을 보인다거나 등등 굉장히 솔직하고 나만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상상이 존재한다. 늘 우리 머릿속으로만 하던 상상을 영상으로 표현하니 낯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어떤 상상을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언급한 내용에 공감을 못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이런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라 확실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쯤 영화를 보고 공감해 봤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결국 상상 속에서만 살던 인물이 현실로 돌아와 진짜 인생을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결국 상상만 하지 말고 실천해라라는 조금은 식상한 교훈을 주는 영화이지만 영화 중간중간 굵게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과 대사가 매력적인 영화이다. 무엇보다 상상 속에서만 살던 인물이 현실에서 더 스펙터클한 모험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모습 자체가 우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었던 장면은 월터가 헬기를 타는 장면인데 영화는 이 장면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헬기를 타야하는 장면에서 월터 곁에 세릴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상상과 헬기를 타야 하는 급박한 현실이 공존한다. 헬기를 간신히 탄 후부터는 상상이 아닌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 상어에게 죽을 위기에 놓이거나 화산 폭발로 죽을 위기에 놓이는 등 상상보다 더 상상 같은 일들을 겪게 된다. 즉 헬기라는 모험 혹은 현실을 선택한 순간부터 상상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을 겪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현실은 상상보다 더 놀랍고 스펙터클 하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디테일한 연출 덕분에 뻔한 교훈으로 여겨질 수 있을 법한 메세지도 살고 재미도 살게 되었다. 굉장히 영리한 연출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적인 점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도 될 정도로 대중적이라는 점이다. 영화의 내용과 주제뿐만 아니라 코미디도 어느 나라 사람이 보더라도 크게 불편한 점 없이 볼 수 있다.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이면서 교훈적이고 재미도 있고 월터의 상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사람에게 추천을 드려도 무난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너무 무난한 덕분에 영화를 재미없게 볼 수도 있다. 뻔한 내용에 혹은 뻔한 교훈에 질려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삶에 지쳐있어 가볍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원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다.
위에서 얘기했듯 이 영화는 정말 무난하게 재밌는 영화다. 삶의 교훈도 교훈이지만 월터가 하는 모험적인 여행은 보는 우리에게도 스릴과 재미를 준다. 삶에 지쳐 힐링이 필요하거나 마음의 변화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다. 굉장히 대중적이면서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