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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긜잡이 Dec 09. 2019

[추천영화] 영화 나이브스 아웃

고전 추리 장르의 향수와 현대적 재미 모두를 잡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감독 : 라이언 존슨

출연 : 다니엘 크레이그(브누아 블랑), 크리스 에반스(랜섬), 아나 디 아르마스(마르타)



추리 영화



추리 장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나는 풀리지 않을 듯 말듯한 퍼즐이 우리가 예상 못했던 조각 하나로 맞춰지는 희열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미스터리한 사건에 관객을 멱살 잡고 끌고 가다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가 놓쳤던 복선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완벽한 설계에 우리는 넋을 잃고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추리 영화는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이며 추리 영화라는 장르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하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추리 영화는 우리들에게 큰 충격과 재미를 주기에 굉장히 힘든 장르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강한 자극을 받으면 자동으로 내성이 생겨 다음 작품에서 전작보다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쉽게 실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리 소설이나 영화는 작품으로 많이 등장하기 쉽지 않으며 나온다 하더라도 엄청 공을 들인 작품이 아닌 이상 괄시하기 쉽다. 그래서 이번 영화처럼 공들여진 추리 영화가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그 이전의 어떤 추리 영화와의 비슷한 전통을 이어가면서 그 이상을 능가하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미 추리 장르로 획기적인 소재가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굉장히 반가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리 장르의 새로운 부활이라 말하고 싶다.






추리 장르의 고전적 향수를 취하되 놓치지 않는 현대적 감각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추리 장르의 향수를 취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의 설정만 봤을 땐 흔한 고전 추리 영화의 설정과 흡사하고 장소도 대저택이다 보니 시대가 과거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핸드폰 같은 최첨단 기기가 등장하고 심지어 현재 미국에서 논쟁거리인 정치적인 갈등도 가족 간에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각자에게 사연이 있어 모두가 용의자인 설정은 보통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에는 흔한 설정이고 보통은 저택 안에서만 사건들이 이루어지지만 이 영화는 저택 외부에서까지 사건의 단서들이 존재한다. 즉 장소가 저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점들이 분명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의 흔한 설정들을 인용함에도 식상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수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처럼 과하게 많지 않은 점도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추리 영화의 독특한 전개, 새로운 시도

이 영화의 무엇보다 대단한 점은 카메라가 집중하는 인물들이 바뀔 때마다 집중해야 하는 주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처음 영화 시작할 때에는 가족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보는 관객들은 가족들의 과거 사연을 엿볼 수 있고 또 가족들 입장에서 미스터리 한 브누아 블랑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 후 포커스가 경찰들에게 넘어간 순간 우리는 알고 있지만 브누아 블랑의 천재적인 추리에 감탄하게 된다. 마르타에게 카메라가 가기 전까진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르타가 등장하여 사연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순간부터 영화는 굉장히 달라진다. 

마르타 이후부터 영화는 카메라가 마르타에 향하면 수사와 방해를 동시에 하는 허술하지만 급박한 스릴을 볼 수 있고 경찰들에게 향하면 브누아 블랑의 명쾌한 추리에 감탄하게 되고 가족들에게 향하면 그래서 의뢰는 누가 한 것일까를 고뇌하게 된다. 보통의 추리 영화 추리소설은 그동안 경찰 혹은 주인공 한 명, 한 집단에 포커스가 맞춰 진행하다 범인이 밝혀졌을 때 범인에게 모든 포커스가 집중하고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건의 내막을 초중반부터 보여주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브누아 블랑의 추리실력과 마르타의 허술해 보이는 수사방해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기존의 추리 장르의 설정과 정석을 유지한 채 현대적인 감각과 새로운 연출을 가져온 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추리 장르의 백미는 결말의 임팩트

이 영화는 그래서 정말 대단하고 좋은 영화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로 최종 범인의 정체에 임팩트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살인의 이유도 너무 다른 가족이랑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고 숨겨진 이유도 없다는 점이 최종 범인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켰다. 두 번째로 설정 상에서 허술했던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극 중 가정부 프랜이 자신을 위협할 수도 있는 허름하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 상대를 부르는 것 자체가 극의 진행을 위함이라는 설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이유들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조금은 허무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 추리 영화의 백미는 결말과 반전이라 할 수 있다. 그 결말이 어떠냐에 따라 영화의 전체 평가가 달라질 만큼 중요한데 이 영화는 그 결말과 반전, 사건의 내막이 아쉬웠다. 물론 추리 장르의 내성이 생긴 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사건 자체는 기승전결이 딱딱 떨어지며 추리 과정이 재미없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으로 생긴 아쉬움이겠지만 좋은 영화였던 만큼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이 영화는 정말 좋은 영화였다.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추리 영화의 새로운 부활이라 말하고 싶다. 이 영화 자체가 추리 장르의 한 단계 나아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으로 나온 영화 <비뚤어진 집>과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비해 모든 면에서 발전되고 나아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왔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는 큰 아쉬움이 있었고 반대로 고전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지 않은 이 영화에 더 많은 호평이 생겼다. 결국 고전 추리 소설들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안일하게 각본을 짜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않는다는 교훈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추리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처럼 고전 추리 장르의 영향을 받으며 현대적 감각과 새로운 시도를 놓치지 않는 영화로 나 그리고 우리의 추리 내성을 또 한 번 깨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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