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기에 괴롭고 추천할 수 없는 영화
감독 : 아리 에스터
출연 : 플로렌스 퓨(대니), 잭 레이너(크리스티안), 윌 폴터(마크), 윌리엄 잭슨(조쉬), 빌헴름 브롬 그렌(펠레)
사이비 종교
세상에는 다양하고 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바로 사이비 종교가 그렇다. 사이비 종교는 한번 들어간 순간 교활한 방법으로 사람을 현혹시킨다. 모 사이비 종교는 금품갈취는 물론 성추행을 일삼기도 하며 심지어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입은지도 모른다. 즉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사이비 종교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 집단인지 알려주는 영화이다. 극 중에 나오는 사이비 집단의 모습처럼 처음엔 독특하지만 문제없는 종교처럼 보이고 해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실제 사이비 종교처럼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의 세계는 나름의 문화가 있고 촘촘하며 체계적이어서 더 무섭다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은 그들의 행동이 선한 행동이기 때문에 설득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영화에는 애초에 벗어날 수 없는 기회조차 없어 보인다. 죽기 전까지 이 괴이한 종교의식을 묵도할 수밖에 없는 이 환경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공포라 할 수 있다.
보통 사이비 집단을 다룬 영화는 스릴러 장르가 많았다. 이유는 사이비 집단의 가장 큰 공포는 '벗어날 수 없음'이기도 하며 이 영화처럼 살인도 일어나는 집단이라면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공포와 스릴을 충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스릴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영화는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사이비 집단의 기괴한 문화와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괴한 문화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을 굉장히 답답하게 만들고 등장인물들에 동조되어 같이 미쳐가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놀랍게도 모든 이 종교의 행사는 모두 밝은 대낮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니러니 하게도 더욱 공포스럽고 더욱 예술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모두 대낮이라는 점이 모든 공포영화와 비교하여 가장 특수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충격적 이게도 주인공 대니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이비 종교에 흡수된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대니는 여행을 가기 전에 가족들 모두를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였던 것이다. 또 마크 친구들의 여행에 자신을 껴달라고 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가시방석이었고 남자 친구 마크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신도 때문에 신경이 계속 쓰이고 불안했다. 그런 그녀에게 사이비 신도들은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다가왔다. 먼저 말을 걸기도 같이 일을 하게 되기도 하며 후반부엔 그녀의 울부짖음을 같이 따라 하며 공감해한다. 사이비 종교의 수법은 대부분 이렇다. 아무도 나 자신을 위로해 주지 않을 때 나타나 같이 공감해주고 곁에 있는다. 주위의 사람들, 환경에 있을 때 느끼지 못하던 안정감을 느낀 대니는 이곳 사람들에게 교화가 된 것이다. 대니 입장에서 사회보다 이 곳이 더 평온하리라 믿은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사이비 집단에 교화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보고 그 이후로 다시 보지는 못했다. 볼 엄두도 못 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긴 러닝타임에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감독 아리 에스터의 전작 <유전>도 정말 감명 깊게 봐서 이 영화도 정말 기대하며 봤었는데 그 많은 기대를 넘어서는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를 재밌게 봤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추천 못한다는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이 영화는 절대 그 누구한테도 추천하지 못할 만큼 기괴하고 괴롭고 불안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위에서 이 영화의 지옥도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일 것이다.
분명 이 집단의 광기는 정말 미쳐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들이 있는 곳은 웃음이 가득하고 풍족해 보인다. 오히려 서로 자기 것이라며 우기고 갈등을 빚어내는 대니 친구들의 모습과 대조되며 신도들의 공동체적인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이 영화는 그 외에도 사람의 심리 변화와 불안한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보는 내내 정말 뛰쳐나가고 싶게 만드는 불길하고 불안함 감정이었다. 다음 아리 에스터 감독의 차기작 역시 기대하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히 영화 <유전>과 <미드 소마>는 잔인한 장면이 많이 있는 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쏘우> 시리즈나 <데드 캠프> 시리즈처럼 비주얼적인 공포를 주기 위해 피가 낭자한 연출을 하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들 내면의 불안으로 오는 공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꺼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러한 점이 더욱 나를 괴롭게 만들겠지만 말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