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많이 연애해보라는 그 말
"어릴 때 연애해봐야 돼 나이 들면 연애 못해!"
"아무나 일단 만나봐 20대에 뭐 하고 있는 거야!"
"지금이 연애하기 딱 좋을 때다 나중에 후회해! 연애는 많이 할수록 좋은 거야!"
아.. 20대 때 연애 많이 해볼걸..
20대가 되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 "연애 많이 해봐라." 누군 안 하고 싶어 안 하나 외치고 싶지만 20대 초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한탄이니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자. 사실 20대 때에는 무엇이든 많이 해봐야 할 나이긴 한다. 가장 건강할 때이면서 20대에 쌓아온 경험이 연료가 되어 남은 삶을 산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조언은 맞는 말이다. 20대 초반의 연애는 대부분 결혼이란 목적이 수반되지 않아 사귀고 헤어지는 것에 리스크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연애의 목적은 명확해지기 때문에 부담감이 덜 할 때 많이 경험해 보고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른다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이렇게만 본다면 연애의 횟수는 많을수록 좋아 보인다. 하지만 상상은 항상 행복한 것들로만 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가끔 고등학생 때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곤 하는데 보통 친구들과 맘 편히 놀았던 것만 기억하지 지겨웠던 수업시간과 야자시간을 3년간 버텼음을 기억하진 못한다. 20대 대 열정적이었던 청춘을 그리워하는 30~40대는 20대 초에 겪었던 불공평함과 고된 일상을 기억 못 한 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정작 돌아가게 되면 1년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연애를 상상했을 때 마냥 좋은 점들만 생각하기 때문에 연애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한다. 우리는 실제로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같이 생각해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
또 많은 연애를 해야 한다는 강박은 진실된 연애로의 발전을 못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20대 중후반에 처음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이 이러한 강박에 사로잡히면 금방 헤어짐을 원하게 된다. 내 주변 친구들은 이미 20대 초반부터 연애를 했는데 나만 경험이 부족한 것 같고 20대는 또 얼마 안 남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의 시작 자체도 진실된 마음보단 조급한 마음으로 덜컥 시작하게 되며 연애 중에도 딴 사람도 만나봐야 하지 않나 하는 쓰레기 같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으로 횟수만 많은 연애를 해본다면 정말 후회를 안 할 수 있을까? 연애의 깊이가 깊을 수 없기 때문에 배운 것도 없고 마음만 더 공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연애를 한다는 것은 곧 많은 '이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별이란 놈은 우리가 연애에 대한 상상을 할 때 늘 까먹는 친구인데 30대가 된 어른이 '연애를 많이 해볼 걸' 후회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연애는 많이 할수록 좋을 순 있어도 확실한 건 이별은 많이 할수록 좋을 건 없다. 이별은 아무리 잘해도 서로에게 상처가 남기기 때문이다. 친구관계나 작장관계 같은 일상적인 관계완 다르게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네 친구가 이사를 간다고 생각해보자. 아주 멀리 이사를 가거나 유학을 가는 상황이다. 그럼 '아쉽지만 근처 동네 오게 되면 꼭 연락해'라는 인사로 헤어지지 '우리 이제 앞으로 못 만나겠네 절교하자'라고 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와는 다르게 연애관계는 명확하게 끊어져야 한다. 문제는 연애관계의 대부분은 짧은 기간에도 10년 지기 친구보다 더 자신과 상대의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라는 점이다. 그런 관계가 한순간에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공허함과 상처를 불가항력으로 만들어낸다. 심지어 좋게 끝나면 다행이지 질척질척 되는 상대방을 만났다면 관계를 끊는 데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낄 것이다. 물론 많은 연애와 이별은 하면 할수록 상처는 무뎌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많이 해볼 필요는 없다.
이렇게 주야장천 연애의 단점만을 얘기하니 연애를 하지 말라는 글이 되어 버렸는데 그렇지 않다. 이 글의 진짜 요지는 '연애는 양보단 질', 성숙한 사랑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굳이 많은 연애경험은 필요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 번의 제대로 된 사랑만으로도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며 많은 걸 할 수도 있다. 연애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이 남자 저 여자를 가볍게만 만나다 헤어지지 말고, 또 연애를 많이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고 지금의 사랑에 올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우리 마음속에 박혀있는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야 우리는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고 후회도 하지 않을 수 있다.
후회를 해야 한다면 30대가 되기 전에 진실된 사랑을 못해본 것일 수도 있다. 인생의 10대와 20대, 그리고 모든 연령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다. 10대 때의 연애가 다르고 20대 때의 연애가 다 다른데 돌아가지 못하는 그 시기의 사랑을 못해 본 것은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후회 속에서만 산다면 지금 살고 있는 시기의 사랑을 또 놓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지금이라도 진실된 사랑을 위해 자신을 풍족하게 만들고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자. 언제 운명 같은 사랑이 등장할지 모른다.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연애를 객관적으로 많이 해봤건 안 해봤건 연애 관련해서 후회를 많이 하곤 한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얘기했듯 바로 강박 때문이다. 주변에서 들리는 수많은 오지랖이 우리의 강박을 만들어냈을 확률이 높다. 우리가 20대가 되자마자 20대가 얼마 안 남았다고 불안해하는 감정과 엮이면서 큰 후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도 빨리 연애를 해봐야 할 것 같고 뭔가 불안하고 아깝게 느껴질 텐데 그러지 말자.
우리는 30대가 되면 죽는 시한부 인생이 아니다. 19살에서 20살이 된 것처럼 30살도 그냥 29살 12월 31일 12시 땡 하면 되는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30살 되면 연애를 못할까? 그것도 아니다. 만날 수 있는 기회의 폭은 조금 좁아지고 연애의 무게감은 조금 커지기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 연애를 안 한다고 후회할 필요는 없다. 단 한 번의 사랑만 진실하면 된다. 진실된 연애,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연애 말이다. 연애를 못해봤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 보자. 어떤 나이 때든 평등하게 10년이다. 20대 10년 동안 내가 진심으로 연애하고 싶은 대상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다.
운명적인 사랑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만들어야 하는 수고가 있을 뿐이다. 운명적인 사랑만을 믿고 집, 회사, 집, 회사 또는 집, 학교, 집, 학교 같은 쳇바퀴만 돈다면 운명적인 사랑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많이 활동하고 소개도 많이 받아보자. 그리고 정말 진실로 상대방을 사랑하게 된다면 아낌없이 나의 사랑을 전달하자. 이것이 우리가 30대에 후회하지 않을 단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 혹시 연애 많이 못해 본 지난 20대를 후회하고 있니? 그러지 마 너는 충분히 잘 살아왔으니까. 한 번의 제대로 된 연애만 했으면 된 거야. 다신 이별하고 싶지 않을 만큼 성숙한 연애를 했기 때문에 후회할 필요 없어. 연애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이 중요하다는 거 알고 있지? 네가 지금 후회하고 있는 건 그냥 그때가 그리워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 자책은 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잘 보내길 바라.
근데 혹시 너 지금 결혼했니? 결혼을 한 상태였으면 좋겠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는 뜻이잖아. 만약 결혼을 안 했다면 그것 나름 괜찮을 것 같아. 주의 신경 쓰지 말고 너의 갈 길을 열심히 갔으면 좋겠어. 후회하지 마. 연애를 많이 해볼 필요도 이별을 많이 해볼 필요도 없어.
연애는 양보다 질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