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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긜잡이 Jan 12. 2021

[간단리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아 끝까지 보기 어려운 영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감독 : 안국진

출연 : 이정현(수남), 이해영(규정), 서영화(경숙)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


포스터에 적혀있는 난해하면서 긴 문구.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단번에 이해되는, 잘 만든 문구였다. 이 영화는 정말 잔혹해서 코믹하고 코믹해서 잔혹한 영화이다. 살기 위해 배운 기술이 살인에 쓰이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세계이면서 지금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 있는 세계이다. 분명 2014년도에 개봉한 영화인데 수남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현재 굉장히 많을 것 같아 가슴 아팠다. 수남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말 열심히 달려왔지만 집값은 더 머나먼 곳으로 떠나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 우리는 안정적인 우리의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난 단어이다. 이 영화의 세계는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집값은 더욱 멀어지는 아이러니, 정작 대출로 운 좋게 산 집이 재계발 구역으로 선정되어 남편 수술비를 구할 수 있게 되는 아이러니, 무엇보다 살기 위해 배운 기술이 살인에 쓰이게 되는 아이러니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세계는 이렇게 절망적인데 연출톤은 굉장히 밝고 코믹하다. 이것 또한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더욱 잔혹하고 보는 내내 괴롭고 가슴 아프다. 수남이 모진 삶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겨내려는 모습이,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열심히 사는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얘기를 한다. 1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집은커녕 전세금도 마련하기 힘들다고.. 그냥 생각만 하던 것과 영상으로 시각화하여 느껴보는 건 정말 다른 듯하다. 영화로 체감한 우리의 현실은 굉장히 쑤시고 아프다. 수남이 열심히 살아온 지난 삶은 그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만을 얻게 해 줄 뿐이었고 앞으로의 삶은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채찍질이 될 뿐이었다




좋았기 때문에 아쉬웠던 점

개인적으로 초반에 흥미롭게 던진 '수남은 왜 상담가를 납치했는가?'에 대한 떡밥이 쉽게 풀린 것이 아쉬웠다. 사실 이런 게 아쉬운 이유는 그만큼 떡밥이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 떡밥을 뒷받침하는 더 복잡한 플롯과 스토리가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겠지만 상담가이자 통장인 그녀(경숙)가 강당에서 주민들을 이끌고 나갈 때부터 저 이유로 수남이가 납치한 거구나 알 수 있었다. '왜'에 대한 떡밥이 영화 중반도 안돼서 풀린 것이다. 그 이후로 수남의 수난은 계속되지만 그럼에도 흥미가 덜해지는 이유는 결국 수남은 시위 주도로 상담가 경숙을 납치할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수남이 상담가에게 먹였던 것이 복어독이었고 독 반응을 기다리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는 나름의 반전까지는 굉장히 좋았는데 '왜?'에 대한 떡밥이 너무 빨리 풀리게 된 것 같아 아쉬웠다.    




좋은 영화임에도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

이 영화 분명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고 재밌는 영화였는데 이상하게 쉽게 추천하기가 어렵다. 우리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영화이면서 수남의 고통의 우리와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지치고 힘이 든다. 분명 코믹하기도 재밌기도 함에도 말이다. 즉 취향이 갈리는 이유로 이유로 쉽게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불편한 영화일 뿐 정말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씩 마음 다 잡고 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나는 다시 이 영화를 보려는 시도는 안 할 것 같은데 나에게 좋은 경험과 생각을 심어준 영화여서 굉장히 감사했다. 





이 영화를 보고 개인적으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 초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하는 플롯도 비슷하고 절망적인 삶을 밝고 코믹하게 연출하는 것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도 재밌게 보실 거라 생각이 든다. 일본 영화여서 직접적인 공감은 덜할 수는 있지만 절망적인 세계 속의 코믹함은 이 영화가 더 윗길(?)이라 취향은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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