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긜잡이 Mar 16. 2021

[고전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 (1957)

편견 속에 사는 우리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배심원 8), 리 J. 콥(배심원 3)... 


 

편견


편견은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이 영화의 초반까지 나도 편견 속에서 한 아이의 사형 판결을 찬성하였다. 편견이 그렇다. 한 아이를 죽어도 싼 놈으로 만들어버리고 사형이라는 무거운 심판에 큰 거부감을 없애준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모든 증언들에 의심 한번 하지 않게 만들고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뢰하는 사람에게 들은 험담은 의심 없는 진실이 되고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고이 곧대로 받아들여 편견이 된다.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한순간에 누군가, 또는 그 집단에 대한 사형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얼마나 편견 속에 살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민주주의에 대하여

현재를 살아오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이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론과 정의까진 알 필욘 없어도 이 영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적인 대화와 투표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만이라도 알아가면 좋을 것 같다. 처음 12명의 배심원들 중 1명을 제외한 모두가 편견 속에서 아이의 유죄에 손을 들었다. 나머지 한 명은 사형이란 무거운 판결이기에 조금 더 사건을 파헤쳐보길 원했다. 그리고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안에서 민주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상대의 의견에 공감도 하면서 설득을 하고 비판도 하며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뿌리까지 편견에 박혀 있던 사람들을 색출해내고 서서히 판결에 잘못이 있음을 알아챈다.

만약 이런 민주적인 대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다수 안에서 용기를 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면? 무고할 수도 있는 한 아이가 안타깝게 사망했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무고할 수도 있는 한 아이를 살려낼 수 있고 섣부른 판단을 줄여준다. 이 영화 배심원들의 대화는 어느 작은 사회의 민주주의를 모방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의의를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해준다. 





편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악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리고 미디어로 이를 접하게 되면 자연스레 분노하고 사형에 가까운 처벌을 요청한다. 이런 악한 사건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우린 눈이 멀어 면밀히 생각하지 않고 작은 사건들에도 사형에 준하는 처벌을 원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우린 편견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범죄를 끼친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남자들이라면? 또는 인종이 흑인 또는 백인이었다면? 또는 가난한 가정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우린 자연스레 그런 사람들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배심원이 되었을 때 피고가 가난한 다문화 가정의 십 대 남학생이라면 우린 바른 시선으로 바라볼 자신이 있는가.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자신 있었다. 편견은 너무나 부정적인 단어이기에 당연히 안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역시도 편견 속에 수많은 증거들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이기에 모든 증거들에 의구심이 들만한 단서가 있긴 했지만 실제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13번째 배심원 

영화는 배심원 12명이 한 장소에서 얘기하는 것뿐 새로운 장소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보는 내내 스릴 넘치고 재밌다. 보통 이런 장소가 국한된 영화는 인물의 과거를 회상한다거나 한 사건의 상황을 재연하듯이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전혀 어떠한 장소 이동도 없이 끝까지 대화로만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영화는 굉장히 특색 있는 영화가 되었다. 피고의 증언과 목격자들의 증언 등 모든 사건의 단서들을 말로만 풀기 때문에 관객들은 계속 이 사건을 상상하면서 영화를 봐야 한다. 즉 관객인 우리가 13번째 배심원이 되어 추리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자연스럽게 판사와 변사의 증거물들의 허점을 찾을 때마다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 영화 고전 영화이고 흑백 영화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호불호는 명확하게 갈릴 것이다. 영화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밌지만 흑백영화가 안 맞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영화 <배심원들>을 추천드리고 싶다. 영화 <배심원들>은 이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전달하는 메시지는 굉장히 흡사하다. 대신 캐릭터와 장소가 다양하게 등장해 영화를 보는 데 더욱 쉽게 집중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에 잘 만든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추천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더 추천하고 싶다. 내가 직접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그 당시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두 영화 중 하나라도 보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간단리뷰]나의 문어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