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 게리 올드만(스마일리), 톰 하디(리키 타르), 콜린 퍼스(빌 헤이든), 마크 스트롱(짐 프리도),
베네딕트 컴버배치(피터 길럼)
진득한 첩보물
첩보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 같은 액션을 곁들인 멋있고 스릴 넘치는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첩보물 하면 흔히 보았던 영화들이면서 기대하는 영화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첩보물임에도 흔한 액션 하나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멋있다고 할 수 있는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나이 든 노인이며 배 나오고 머리도 많이 빠져있는 인물들이다. 대신 이 영화는 실제 작전에 대한 리얼리티, 극 중 인물들의 심리와 머리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흔히 아는 첩보물과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굉장히 어두우면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범인을 향해가는 첩보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영화 전문가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이다. 굉장히 차갑고 독창적인 첩보물로 극찬받고 있는데 정말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땐 그렇진 않았다. 이 영화는 어느 시점이나 장소,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다. 쉽게 말해 연출이 불친절한 편이라 할 수 있고 최소한 자막 한 줄도 주어지지 않아 영화를 1회차 만으로는 거의 이해할 수가 없는 작품이다. 즉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작품이며 한 부분을 놓치기만 해도 주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영화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약 영화가 어렵더라도 2회차 관람에 부담이 없는 재미를 주었다면 큰 단점은 아니었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2회차 관람 자체가 꺼려진다. 결국 궁금한 내용 때문에 해석 영상을 직접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제야 놓쳤던 부분이 이해가 조금씩 되었고 좋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의 특징이더라도 불친절한 연출과 영화적 재미의 부재는 보편적인 눈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그저 지루한 영화로 인식이 될 것이 뻔하다 생각한다.
이 영화에는 요리보고 저리 보아도 흔히 알 수 있는 명품 배우들이 즐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왼쪽 보면 킹스맨의 콜린 퍼스가 멋있게 차를 들고 있고 오른쪽 보면 게리 올드만의 진중한 얼굴을 볼 수 있다. 행동대장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배네딕트 컴버배치이며 스파이로 오해받고 있는 인물은 톰 하디이다. 이 외에도 어벤저스 악당 과학자였던 토비 존스와 총 100편 이상을 찍은 거장 배우 존 허트 같이 한 번쯤은 어디서 봤던 배우들이 꾸준히 등장한다. 이 느낌은 4년 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었는데 또다시 경험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명품 배우들이 카메오처럼 나와도 굉장한 느낌을 받는데 모든 배역들이 하나같이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어 영화 보는 재미가 커졌다. 영화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배우들 보는 재미에 계속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최근 모 유튜브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영화에서 가치가 있는 무엇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수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하였다. 이 말에 나는 크게 공감을 하고 있었고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니 이 영화가 정말 안 좋은 영화라고는 평하진 못할 것 같다. 실제로도 내가 이해를 하지 못했음에도 충분히 좋았던 장면들도 곳곳에 있었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가 조금이라도 친절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금만 친절하게 연출했다면 나 역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함부로 영화를 평하진 못할 것 같고 그렇다고 대뜸 누군가에게 추천도 하지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