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이란 정지해 있는 물체를 조금씩 옮기면서 찍어 마치 움직이는 듯하게 연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생각해서 애니메이션 '윌레스와 그로밋'과 동일한 연출이라 생각하면 쉽다. 스톱모션 연출기법은 CF나 유튜브에서도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기법이지만 짧아도 60분은 넘을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못한다. 짧은 영상에도 엄청난 시간과 공이 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앞서 얘기했던 스톱모션 기법으로 찍은 영화이다. 하지만 스톱모션만큼 중요한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웨스 앤더슨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영화의 화려한 미장센과 유머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비교적 초기 작품임에도 이미 완성형인 촘촘한 스토리와 연출, 유머가 인상적이었다. 스톱모션 기법으로 다양한 연출과 재치를 볼 수 있고 그 안에 담겨있는 유머와 교훈까지도 놓칠 거리 없는 만찬이었다.
그들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이 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우리들의 삶을 재치 있게 때론 풍자하여 표현한다. 동물들이 넥타이를 매고 신물을 읽으며 이사를 갈 땐 부동산에 간다. 이삿짐도 이삿짐센터에서 옮겨주고 인테리어를 돕는다. 인간과 다를 봐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나보다 잘난 사촌에 대한 질투 등 현실적인 인간관계가 우리의 모습이었다. 현실적인 인간들의 행동을 하는(실수도 하고 잘못된 말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의 포스터만 봤을 땐 아동용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성인이 봐도 교훈적인 내용들이 많은 영화이다.
스토리, 연출, 비주얼 모든 구색을 맞추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 영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이 봐도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뻔하지 않은 유머와 재치가 넘쳐나고 매 장면이 하이라이트라 할 정도로 미장센이 훌륭하며 인상적이다. 장인들이 빚어낸 소품과 연출은 보는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장점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 스토리와 연출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이어지는 연출과 흐름은 단순하지 않았다. 간단히 줄거리를 보면 야생여우 미스터 폭스와 3명의 악덕 사장과의 결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순한 스토리에 아버지와 아들의 서툰 관계 그리고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까지 고루 섞으며 멋진 영화를 만들었다.
심경을 대변하는 비주얼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후반부 폭스가 자신이 희생하려고 결심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자책하는데 뒷배경도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비주얼적으로 훌륭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폭스의 심정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후에 폭스는 아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실수했던 것들을 모두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면 이처럼 좋은 점만 수두룩하게 쓰게 된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재밌게 본 영화이다. 유일하게도 내가 아는 영화 중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영화이다. 꼭 시간 날 때 한번 보길 권하고 싶다. 단순히 재밌게 볼 수 있으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자주 볼 수 없는 신선하고 장인정신이 깃든 영화를 느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