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란 감정을 정의하다.
감독 : 마틴 맥도나
출연 : 프란시스 맥도맨드 (밀드레드), 우디 해럴슨 (월러비), 샘 록웰 (딕슨)
분노를 정의하다
'분노' 그 어떤 감정보다 돌발적이고 주체되지 않는 감정이다. 이성을 잃게 만들고 엉뚱한 곳으로 돌진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 "쓰리 빌보드"는 분노란 감정의 성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영화이다. 극 중 인물들은 매번 분노란 감정에 휩싸여 여러 가지 사건이 터진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노란 감정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폭발시켜야 하는데 매번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늘 엉뚱한 곳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야기시키며 새로운 사건이 등장한다. 영화 자체가 분노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항상 긴장감이 맴돈다. 영화 자체가 분노를 정의한다.
영화의 주인공 밀드레드는 딸이 성폭행으로 살해당한 분노를 도로에 전시된 3개의 빌보드 광고판에 새겨놓는다. 자극적인 문장과 디자인, 무능하다고 판단한 경찰 서장의 본명까지 낱낱이 적힌 3개의 빌보드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며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이어진다. 그들이 분노에 휩싸여 벌이는 행위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도달한다. 본인들 역시 이렇게 될 거란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들이다.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분노라는 감정의 특징과 파동에 대해서 굉장히 잘 표현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야기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대사가 이 영화의 모든 부분을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의 밀드레드와 경찰 딕슨의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윌러비의 일로 인한 딕슨의 분노는 애꿎은 웰비를 폭행하여 병원 신세로 만들고 광고판에 성이 차지 않은 밀드레드의 분노는 경찰들을 향하여 불폭탄(?)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것들은 분노란 감정에 휘말려 생긴 일들이며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누군가의 분노가 전이되어 또 다른 분노가 되어 폭발한 것이다. 어쩌면 그 이후에 더 큰 분노를 야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분노란 감정에 휘말려 있던 그들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딕슨은 큰 화상으로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자신이 폭행한 웰비를 만나게 되는데 웰비는 딕슨을 보자 불같이 화를 내지만 그를 용서하는 미덕을 보인다. 그의 포용력에 딕슨은 지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새롭게 태어난다. 딕슨은 퇴원 후 밀드레드의 딸을 살해한 범인에 유력한 인물을 쫓게 되는데 자신을 심하게 다치게 했음에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웰비가 자신을 이해해준 것처럼 딕슨 역시 자신을 다치게 한 밀드레드에게 이해와 도움을 건넨 것이다. 그런 모습에 밀드레드에게도 변화가 생기고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그동안 분노란 감정에 휩싸여 벌인 사건들은 모두 또 다른 분노를 야기시켰다. 이와 동일하게 감정의 용서 역시 또 다른 이의 용서를 야기시켰다. 두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만들고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지만 이해와 도움은 그들과 그들 주변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는 그 두 사람의 심리 변화와 공감을 통해서 포용력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영화는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야기한다"가 아닌 "이해는 더 큰 이해를 만들어낸다"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서사는 후반부엔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예상 밖의 전개로 놀라게 한다. 마지막 후반부는 약간 블랙코미디적으로 끝이 나며 그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관객들에게 맡긴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결말은 직접 찾아보시길 바란다. 재밌는 유머들과 예상 불가한 전개, 명대사, 배우들의 연기 등 볼거리가 굉장히 많아서 놓치면 아쉬운 영화라 생각한다. 캐릭터들의 심리와 변화를 따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