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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목 Jan 27. 2022

[기획일지]내가 폴라리스를 하는 이유

그리고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폴라리스를 하는 이유

스스로에게 종종 던지던 질문이다. 민망할 정도로 거창하지만 '우리의 담론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좋은 기사가 널리 읽히는 데 기여하고자 폴라리스를 한다'라고 나름의 답변을 만들어 두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다음), 이 양대 포털은 하루에 약 1억 개 가량의 뉴스 뷰를 생성한다. 그 1억 뷰는 다시 상위 10%의 기사가 90%의 뷰를 차지하는 식으로 나눠지는데(대략적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이 상위 10% 기사가 훌륭한 기사인 경우는 거의 없다. 선정적이고, 정파적이며, 별 가치 없는 스캔들에 사람들의 손이 가는 게 당연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뉴스를 읽는 가장 보편적인 채널인 포털은 좋은 기사를 쓴 언론사를 처벌하고, 나쁜 기사를 쓴 언론사를 보상한다. 이 구조를 뒤집는 것. 즉, 좋은 기사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읽힘으로써) 보상받는 것을 돕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폴라리스의 목표다. 폴라리스를 시작하고, 팀원을 모은 이유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무엇이 좋은 기사이고, 무엇이 나쁜 기사인지 폴라리스가 척척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따라서 어떤 글이 좋고 또, 어떤 글이 나쁜지에 대한 우리 나름의 기준은 또 하나의 지면을 할애해 답해나가야 것이다.)


고작 뉴스레터로 하나로 이 구조를 바꾸겠다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인 것 잘 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a) 폴라리스가 보석 같은 글을 모은 도서관이자, 

b) 양질의 이야기가 오가는 살롱, 

c) 좋은 기사를 읽어주는 큐레이터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삼위일체는, 수익 창출은 꿈도 꾸지 않음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Connecting the Dots

아, 그리고 스펙. 물론 폴라리스가 내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데 아마 못 들어갈 듯하다. 나는 더 이상 기자를 꿈꾸지 않고 - 왜 그렇게 됐는지 이젠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 폴라리스가 어떠한 형태의 보상이 되어 내게 돌아올지는 여전히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언젠가, 한 똑똑한 친구가 ‘왜,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 연설에서 한 말 있잖아. ‘Connecting the Dots.’ 요즘 이 문장이 내 종교야. 그냥 저 문장 하나 믿고 살아’라고 했던 말을 헛웃음 지으며 떠올린다.


                                           다들 익히 아실 이 연설. 요즘 저게 내 종교다.


대학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정말 귀신 같이 잘 풀렸다.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고시에 붙고, 로스쿨에 가고, 대형 언론사나 컨설팅펌이나 투자은행처럼 기깔나는 직장을 가질 동안 나는 (내가 하는 뉴스레터에서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또, 현생을 살면서 폴라리스를 병행하는 게 때론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아니, 사실 대체로 항상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레터를 쓰는 이 일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결국 나는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른 채, 턱없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폴라리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다시 깨달았다,,) 그럼에도, 폴라리스라는 실험을 가까운 시일 내 끝내고 싶진 않다. 적어도 한 걸음 나아갔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는 붙들고 있고 싶다. 모든 종류의 노력에도 폴라리스가 그다지 잘 읽히지 않는 매체가 되어 ‘실험 실패’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미련 없이  이것을 손을 떼려면 최선을 다해 몸부림 쳐놔야 한다. 실험이 꽤나 성공적이었다, 혹은 반대로 실패였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망하련다. 이는 퍼블리 박소령 대표가 스타트업을 하는 마음 가짐의 인용이다.


다음 편부터는 나의 고민 말고, 가급적이면 폴라리스가 팀으로서 하고 있는 기획과 관련된 고민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지난여름 즈음부터 떠올린 해묵은 고민인데, 아직은 답이 요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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