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
무더운 여름에 꼭 찾는 음식 냉면. 살얼음 낀 국물과 면 한 젓가락을 호로록 먹고 나면 한여름의 무더위도 싹 가시는 듯하다. 여름에 냉면의 인기는 폭발적이며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서도 냉면을 다룬다. 요즘에는 냉면이 겨울에 먹었던 음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적을 정도로 냉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냉장, 냉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냉면을 겨울에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얼음이 귀했던 과거에 여름에 냉면을 먹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뜨끈한 구들방 위에서 살얼음 낀 냉면을 먹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였을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아마 겨울에 먹는 냉면이 제일 맛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시원한 귤을 까먹는 듯한 느낌도 한몫을 할 테지만, 진짜 이유는 '메밀'이다. 얼음이 귀했던 과거에 어쩔 수 없이 겨울에 먹었던 냉면은 겨울에 수확한 메밀을 사용해서 만들어졌다. 즉, 얼음뿐만 아니라 메밀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시기가 겨울이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메밀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져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에 메밀은 구황작물 중 하나였다. 추운 곳이나, 고지대에서도 잘 자라나며 씨를 뿌린 뒤 2개월 후에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메밀은 굶주림을 잊게 해주는 이로운 작물이었다. 겨울에 굶주림을 모면하기 위하여 심은 메밀과 추위에 얼어붙은 동치미 국물의 우연한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면수와 루틴
냉면 가게에 들어가면 주문과 동시에 메밀 면을 삶아낸 면수를 준다. 뜨끈한 면수에는 메밀의 영양성분 중 하나인 루틴이 들어있다. 메밀면만을 섭취하는 것보다 면수도 함께 먹는 것이 이로운데, 이는 루틴이 물에 녹는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루틴은 혈압을 낮추는 데에 도움을 주며 혈관 내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기능을 한다. 루틴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냉면집에 가게 되면 면수 한 그릇을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냉면과 소바
냉면과 같이 시원한 음식을 떠올릴 때 항상 같이 떠오르는 음식은 일본의 '소바'이다. 소바는 얼린 고기 육수에 먹는 냉면과 달리 가쓰오부시, 설탕, 미림 등을 넣어 달고 감칠맛있는 쯔유에 면을 담가서 먹는다. 또한, 한국은 겨자와 식초를 곁들여 먹는다면, 일본은 와사비와 간 무를 넣어 먹는다. 냉면이 슴슴한 맛 또는 약간의 신맛으로 먹는다면 소바는 단맛과 감칠맛으로 먹는다. 바다를 하나 건넜을 뿐인데 같은 식재료를 이렇게도 다른 맛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메밀
밀가루는 면을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이다. 밀가루 면은 글루텐에 의해 점성과 탄성을 가지며 전분의 호화를 통해 찰기 있는 면이 된다. 그러나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없어 면으로 만들기에 부적합한 재료이다. 심지어 다른 곡류들에 비해 기름 함량이 높아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메밀이 면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밀로펙틴과 비슷한 점액질이 소량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량의 아밀로펙틴으로 면을 만들기에는 충분치 않아 밀가루, 전분과 혼합하여 면을 만들게 된다.
출처: 음식과 요리
일본의 메밀면
일본에서는 메밀의 함량에 따라서 면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메밀을 100% 넣은 면을 쥬와리, 메밀이 80%, 부재료가 20%인 소바가 니하치라고 부른다. 쥬와리의 경우 메밀만으로 만들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익반죽하여 오랜 시간 동안 반죽을 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먹는 방법에 따라서도 나누어지며 크게는 자루소바, 가케소바로 나누어진다. 자루소바는 우리가 흔히 먹는 소바의 형태로 차가운 쯔유에 담가 먹는 형태이며 가케소바는 뜨거운 쯔유에 넣어 먹는 형태이다.
출처: 만나다, 맛나다, 세계음식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