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날이 나를 지켜준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 다시 나를 세우는 법

by 이상인

요즘 하루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다. 눈을 뜨면 이미 낮이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가고, 문득 ‘오늘은 뭐 했지’ 하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일도 없고, 성취라 부를 만한 것도 없는 날엔 왠지 모를 허무함이 남는다.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좋은 하루’를 결과로 판단한다. 뭔가를 해냈을 때, 누군가에게 인정받았을 때, 그제야 하루가 의미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은 그렇지 않다. 뚜렷한 성과 없이 흘러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저녁을 맞는다. 그럴 때면 나 역시 마음이 허전해지고, 마치 시간을 허비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오늘 마신 커피 한 잔, 짧게 스친 햇살, 누군가의 안부 인사, 잠시 미소 지었던 순간. 그런 것들이 분명 있었다. 다만 작고 사소해서 기억의 표면에 남지 않았을 뿐이다. 그 작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우리를 회복시키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숨 고르고, 마음을 정리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모으는 시기 말이다. 삶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멈춘 듯한 시간도 필요하다. 그 느린 하루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별일 없는 하루’를 다르게 바라보려 한다.


그 하루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괜찮고, 뭔가를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오늘 하루를 견뎌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결국 삶을 바꾸는 건 특별한 날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날들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들이 모여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내일로 이끌어준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명절이 끝난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