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해를 맞으며 일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by 이상인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흔히 ‘정리’를 말한다. 대개는 오랫동안 방치해 둔 물건을 떠올리지만, 올해의 나에게 ‘정리’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물건뿐 아니라, 일과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있었던 한 일은 정리를 한다는 데에도 감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지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오늘 아침, 이전 직장 동료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근무하는 기간 동안 자주 얼굴을 뵙던 다른 직장 동료분이 돌아가셨단 내용이었다. 이젠 그 직장에 갈 일이 더 이상 없다. 그 분야로 일을 할 계획도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장례식장에 가봐야겠단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전의 직장 동료분들과 저녁에 같이 조문을 가기로 하며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통화 내용을 궁금해하시던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무슨 전화야?"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네. 저녁에 장례식장에 잠깐 갔다 와야 할 거 같아."

이 말을 듣고 어머니가 말씀하신 내용을 축약하자면 이렇다.

"지금 그 직장에 다니면 도의상 네가 가는 게 좋을 듯한데, 이제 그 직장을 다니지 않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또한 볼 일이 없다면 네가 구태여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감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지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이 말을 듣고서야 하게 되었다. 내 짧은 삶을 살면서 느낀 점이지만 인간관계는 감정의 깊이로 정해지지 않는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뭐가 필요한지와 같이 환경과 이성적인 측면에 의해 자연스레 정리가 된다. 마음을 쓰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모든 행동에 마음을 쓰기엔 몸과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마음을 계속 쓰다 보면 정작 나에게 쓸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게 된다.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줄 안다는 건 그 다양한 관계와 일 속에서 내게 쓸 에너지와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고 사용한다는 것과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관계를 끝까지 붙잡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 마음도 쓰지 않는 삶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 허락된 에너지와 시간을 헤아리며 선택하는 일,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를 과하게 책망하지 않는 일, 올해의 정리는 그런 태도를 배우는 일부터일 것 같다. 올해는 각자에게 감당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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