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독자님 입장하십니다

책이라는 공간

by 소근

매거진을 만들다 보면 책이 공간 같다는 생각을 한다. 건물의 외관을 보고 공간의 분위기를 짐작한 손님은 입장한다. 복도와 로비 혹은 작은 정원 같은 서브 공간을 지나 메인 공간에 진입한다. 음식점이면 먹고 마시고 미술관이면 작품을 감상하고 유도된 서브 공간을 지나 퇴장한다(여기서는 문 열자마자 메인 공간이 나오는 곳보다 좀 더 큰 건축물을 대입해 생각했다). 이런 입장과 퇴장 같은 과정들이 책에도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본 독자가 표지를 넘긴다. ‘독자님 입장하십니다.’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 주제에 대한 인상을 심어줄 소개 글과 몇 장의 사진이 나온다. ‘독자님 메인 홀로 모십니다.’ 주제에 걸맞은 인물의 인터뷰와 주제를 음미할 수 있는 에세이가 나온다. 에디터와 디자이너는 어떤 사진과 글이 시작을 열고 마무리를 담당할지 매 꼭지의 문지기처럼 고민한다. 그 뒤를 따라 머리를 가볍게 환기시킬 수 있는 연재 꼭지들을 읽고 독자는 책이라는 공간을 퇴장한다. 디자이너는 시각적으로 책의 흐름이 깨지지 않게 여러 디자인 장치들을 배치하는데 이 작업이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꼭지마다의 방문은 도비라가 되겠다. 인터뷰이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도비라에 바르고 에디터는 문패를 걸어두는 거다. ‘이 인물은 어쩌구 저쩌구한 일을 했고 현재는 이모저모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학교에서 배울 때 폰트 1pt을 줄이니 마니 행간을 0.1mm 넓힐까 말까(자간 행간 물론 중요하다!) 고민하며 책에 대한 건 뭐든 진지하고 어려웠던 생각이 좀 더 쉽고 책이라는 매체에 더 빠져들게 만들어 준다.


건축이던 실내디자인이던 사람이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카페를 가더라도 맛은 디폴드고 문, 인테리어, 화장실 위치, 공간의 여백을 자주 관찰하는데 이렇게 책과 공간을 연결해서 매거진을 바라보면 책이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표지를 두드리는 독자를 상상하며 책 속의 세계를 꾸미는 건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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