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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Feb 14. 2019

트래블러스 하이의 2019년, 그리고 유튜브


팔자에는 내생에도 없을 것 같았던 장사꾼이 된 지도 벌써 삼년이 다 되어간다.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선조들의 경험에 기대어 생각해보니, 감히 음풍농월 할 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만 시조 한 수 정도는 어설프게나마 읊조릴 줄 알아야 하는 만큼의 시간이 발 아래에 켜켜이 쌓인지는 이미 오래다.


그간의 자취를 두고 잘했느니 못했느니 따지고 드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그럼에도 굳이 정량적으로 서술 가능한 사실만을 나열해보자면 2016년 여름에 시작된 장사꾼으로의 삶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간 내가 만든 가방을 매개로 맺은 인연이 오천 분이 조금 넘어가게 되었다.



가끔은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지만, 마침내 주민등록증에 계란 한 판을 새기게 된 나로서는 그럴 엄두가 쉽사리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솔직해보자면 지난 시간의 나는 앞으로의 나를 위한 벼리가 될 만한 놈은 아니었다.



물론 그 어느 한 해도 생존을 위한 발버둥에 소홀했던 적은 없다. 가끔은 넘어지고, 뒹굴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복을 멈춘 순간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이 아쉽다. 이제는 여정의 동반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결핍이라는 녀석과의 작별 인사는 언제쯤 가능할까. 이것을 생각할 때 마다 새어나오는 한숨 역시 틀어막기가 쉽지는 않다.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스스로를 뭍으로 끌어내려고 그렇게나 용을 썼다. 지난 한 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에 부쳤고, 더 이상 가라앉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둘러본 주변으로는 달력의 마지막 장이 이미 반 쯤 넘어가고 있었다.


올 한 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또 다른 발버둥을 쳐보려고 한다. '밑져야 이득'인 일을 찾게 되었으니, 그로 말미암아 나의 일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졌음은 스스로에게 조금 대견해지는 부분이다.



여전히 혼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쌓이는 상념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꾸욱꾸욱 눌러 담아, 한 아름 쌓아두었다가 일상을 벗어난 공간에 모조리 털어놓고 오는 것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일상으로부터 탈출구가 필요해 조금씩 떠나본 여행이 작년에는 스무번 가까이 되었으니, 이제는 취미라고 부를 만큼 스스로가 즐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가진 몇 안되는 좋은 습관인 기록으로 말미암아 이 공간에도 지난 여정의 자취가 글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남을 수 있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앞으로는 그 여정에 영상을 더해 볼 생각이다.


어쨌든 나는 떠날 것이고,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멈춘 시간 속 피사체에 더해 연속된 시간 속의 모습 하나만 더하면 될 뿐이다. 커다란 결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뭐가 됐든 무언가는 남는 것이니 그야말로 '밑져야 이득'인 것이다. 일상과의 경계가 희미해진 이 탈출구로 말미암아 올 한 해의 나는 아마 조금 더 부지런히 넘어지고, 깨질 것 같다. 부디 한 해의 일단락을 후회와 함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에서 탈출이 필요하다면, 이 녀석과 함께 떠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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