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큰 면적의 조그마한 섬나라. 그나마도 땅덩어리의 7할을 덮고 있는, 때로는 3천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빽빽하게 심겨진 콩나물 시루처럼 살아가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용' 이라는 칭호를 꿰차기도 했던 네 국가 중 하나인, 작지만 약하지 않은 나라. 강산이 세 순배 바뀌는 시간 만큼의 단절이 이곳을 꽤나 먼 나라로 느껴지게끔 하지만 여튼 중화민국은 그런 나라다.
일 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스치듯 떠나온 것이 아쉬웠던지라 조금은 넉넉하게 시간도 들여서. 대만의 남쪽 하늘을 가로질러 가오슝 공항에 내려앉은 비행기는, 한 달 남짓의 시간 동안 부지런히 바퀴를 구른 기차의 꽁무니를 좇아 타이페이의 활주로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타이페이
어릴적 같은 동네에 살던 어느 형네 집에는 아주 커다란 부루마블이 있었다. 조그만 밥상 따위에는 올려둘 엄두조차 나지 않을만큼 굉장히 큰, 반으로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들어진 딱딱한 종이에 매끈하게 인쇄된 말판은 우리집에 있던 조그마한 부루마블의 그것과는 고급스러움에서 비교를 불허했다.
나는 두살이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을 좋아하고 곧잘 따랐다. 바로 앞 동에 살았던지라 노래 한 곡 들을 새도 없이 가까웠던 형의 집.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그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들겼다.
사칙연산을 갓 깨우친 정도의 어린 나이였지만 반복된 학습을 통해 숙달한 덕분에 나는 부루마블에 꽤 능했다. 도시를 사고 파는 것에는 나름의 규칙과 철학(?)이 있었고, 수많은 경험으로 담금질이 된 끝에 전략이라 부를만한 것도 몇가지 가진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름의 규칙 중에는 모든 도시 중 가장 저렴하고 투자 대비 수익도 소소했던 타이페이를 절대로 사지 않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5만원이었고 그만큼의 가치를 하는 도시'
조금은 어처구니 없지만 나이가 들고서도 타이페이는 내게 부루마블로 말미암은, 그런 막연한 감상으로만 남아있는 도시였다.
두어번 다녀왔으니이곳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타이페이는, 여전히 부루마블 속 5만원으로 기억되는 도시이다.
그 5만원의 도시, 타이페이에서 먹고 즐긴 것들이다.
1. 等一個人咖啡
주소 : No. 1, Lane 44, Yishou Street, Wensh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6
내가 다닌 학교에는 '오리 연못'이라 불리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물이 고여있는 곳이라면 어느 학교나 그러하듯이 입수와 함께 에이즈를 제외한 모든 것이 다 걸릴 수 있다는 영험함을 간직한 곳이었는데, 이름만으로 충분히 연유할 수 있듯이 이곳에는 오리와 거위들이 무리지어 살았다.
우리는 농담삼아 그 연못의 터줏대감인 오리와 거위들을 교수님 다음 가는 서열로 극진한 대우를 하고는 했는데, (아마 농담 아닐지도 모른다) 그 농담처럼 대우하던 것이 습관이 된 이유인지 나는 거위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졸업한지도 오래되었고, 더 이상 접시 위에 올려진 이 음식을 보면서 연못가에서 괴성을 지르며 나에게 맹렬히 돌진하던 그 녀석들을 떠올리지 않는다.
사실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이 거위는 무진장 맛있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 이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시원찮은게 무엇인지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이곳의 모든 음식은 훌륭하다.
대만을 여행하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메뉴판을 보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순간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푸짐하게, 기분좋은 한끼를 선물받고 싶다면 이곳은 아마 반드시 찾아야 하는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리연못의 그 녀석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런다고 이곳의 거위 음식이 기가 막히게 훌륭하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5. 树榣(수요)
주소 : 224 대만 New Taipei City, Ruifang District, 佛堂 巷28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