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감사하다.

by 박인혁

작렬하는 뙤약볕은 아침 저녁으로 스산히 스치우는 바람결에 쓸리어, 이제는 제법 가을이 익어가는구나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크라우드 펀딩, 그 중에 '와디즈'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내가 만든 가방의 두번째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은 무심한 듯 유유히 흘러, 펀딩의 종료까지 불과 8일 남짓 앞두고 있다.


첫번째 펀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후, 이제는 무엇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알량한 자만심에 아주 잠시 취한 적이 있었다. 나의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였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뤄낸 성취가 가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신참내기가 오르기에는 꽤나 가파른 산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리라.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실 이런 말을 스스로 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불과 반 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에 일어난 이 수많은 변화 속에서 나는 그 중심을 얼마나 굳건히 지키고 있었는지, 자신있게 얘기 할 재간이 없다. 아직도 매일 매일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야생에 갓 방목된 어느 사자 새끼와 다름없을 지금의 내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고 하면 그것도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다만 이번 펀딩을 하면서 무엇보다 감사하게 느끼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아직은 갈길이 무한히 멀다는 것을 절실하게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참 역설적이게도 이번 펀딩은, 꽤나 큰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 원망이 감사한 마음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는 놀라운 시간이었다.


아직 할 일은 차고 넘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할 것이고, 그것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두 번의 펀딩을 통해서 맺은 인연이 비록 재화의 등가교환을 통해 이뤄진 계약관계일지라도, 그 안에서 풍기는 사람 냄새에 잔뜩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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