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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Aug 16. 2017

여행을 가다. 두번째 제주도, 마지막

제주도 '17.07.14(금) ~ '17.07.17(월)



전날 먹은 생고기의 뒷맛이 아직도 입 안에서 멤돈다. 셋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으나, 사실상 새로 출시한 메신저백의 사진을 찍기 위한 출장의 성격이 훨씬 강했기에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어디를 가든 아무렴 좋았다.



그야말로 숨통을 죄는듯한 더위만 아니었으면 말이다.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볕이 따다. 볕만 따가웠으면 양반이었을 것을, 사방을 둘러싼 바다에서 몰려오는 바람은 습기를 가득 머금었다. 버스로 두 정거장도 되지 않는 거리를 걸어가는 와중에도 얼굴의 모든 근육은 잔뜩 찌푸린 채 이완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식당을 찾기 전까지는 그랬다.


길을 나선 세 사람 중 그 어느 하나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는 뭐가 맛있는지 찾아볼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는 탓도 있었지만, 맛있는 음식 한 끼 먹자고 그 더위를 뚫고 발걸음을 계속 옮길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들어간 동네 식당. 궁금해서 방금 검색을 해보았는데 그야말로 아무것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는 식당인 듯 하다.


올해만 두 번 제주도를 찾았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을 다시 찾을 마음이 없다. 혹 이유가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러 가는 것이 전부일텐데, 그나마도 비용과 시간을 따져봤을때 제주도로 갈 이유가 마땅히 없다.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서는 한동안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제주도 대중교통의 불친절과 무성의함에 기인하는데, 치가 떨릴 정도로 한결같이 사람의 성을 돋구는 재주를 가졌다. 만약 제주도 도지사가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승차거부는 예사이며 다짜고짜 부리는 성질 역시 발군인 업계 종사자들의 영구퇴출일 정도로.


이 나이 먹도록 면허증을 장농에 쳐박아두기만 한 나의 잘못이다. 감히 제주도에 가서 대중교통만 이용하고자 했던,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또 다시 내 면허증에 죄를 짓고 싶지 않으니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일은 한동안 없을 것이다(물론 배도). 그나마 이 식당을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제주도는 영원히 찾고싶지 않은 곳이 될 뻔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장 시원한 음식을 시켰다. 열무냉면이었는데 국물 맛이 묘하다. 공산품을 쓰시는건지 따로 육수를 내시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온 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이곳을 아직도 기억하게 만드는데는 사장님의 친절도 한 몫 했다. 인상 좋은 동네 어르신같은 부부께서 운영을 하고 계셨는데, 배가 많이 고파보인다며 내어주신 공기밥 한 그릇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



끝을 모르는 불쾌함의 수렁에서 간신히 건져낸 몸뚱아리를 이끌고 찾은 곳은 함덕해수욕장. 유명한 카페들이 많고, 소위 말하는 요즘 가장 잘나가는 곳이라고 하여 찾게 되었다.



만 역시나 날씨가 문제다. 얼마나 볕이 뜨거우면 열이라도 조금 식혀보겠다고 발을 담근 바닷물이 따뜻하다. 미지근이 아니라 따뜻. 2, 3도만 더 높았으면 온탕 표지를 붙여놔도 됐을 뻔 했다.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피신하고 말았다. 분명 괜찮은 카페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장소를 벗어나는 것 밖에 없었다.



모두들 기진맥진해서는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돌아왔더니 하늘이 조금씩 붉은 빛을 더하고 있었다. 별달리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작별을 고하고 있다. 올 해 두번째로 찾은 제주도에서의 마지막날이 그렇게 저물어갔다.




어디에서든 어김없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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