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대만 타이중, 마지막
타이중, '18.03.07(수) ~ '18.03.11(일)
금요일 저녁이 오기만을 간절히 고대하며 나서는 월요일 아침의 출근길은 마치 천 근의 무게를 짊어진 듯 하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마쳐야 하는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처럼 말이다.
대만에 있는 짧은 시간동안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그 중 제일은 단연 숙소.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곳을 찾아도 잘 정돈되고, 아기자기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밤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시달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을 말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전날 먹은 우육면이 간밤에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타이중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의미있는 한끼는 고민의 여지없이 그 우육면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을 했건만, 굳게 닫힌 셔터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기만 했다.
그리하여 뜻하지 않게 찾은 곳은 타이중 중심가에 위치한 어느 백화점의 푸드코트. 한참을 정처없이 맴돌다가 찾은 것은 별다른 특징은 없는 덮밥을 파는 가게였는데 적당한 맛과 입이 살짝 벌어지는 가격을 가진, 백화점 푸드코트라면 갖추어야하는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매운 덮밥이 이름값을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하고 있었다는 것.
내 어설픈 기억이 맞다면 9번 버스를 타야했던 것 같은데 노선도를 확인해보니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우리를 공항으로 실어나를 버스가 모습을 비칠 생각이 없었기에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한국 아이돌로 보이는 잘생긴 청년들이 옆면에 큼지막하니 붙어있는 버스를 쫓아다니는 어린 소녀 무리들 구경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버스 외벽을 화려하게 장식한 청년들은 모두 방탄소년단이었다.
비행기가 타이중을 떠나는 시간이 애매하기 그지 없었기에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지도는 우리가 아무도 남지 않은 수속 카운터에서 황망한 넋두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경고를 하였기에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연속이었다.
만, 그것은 내가 구글 지도에 대한 신뢰를 3할 쯤 거두게 된 계기가 되었다. 버스는 생각한 것 보다 30분, 그 이상 일찍 도착하였고 우리가 서두르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던지 타이중 공항은 연착이라는 것을 선물 삼아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진정으로 선물이었다. 그 갑작스런 여유를 선물받지 못했다면 나는 타이중의 봄을 반만 기억했을테니 말이다.
잘 다듬은 나무 장판을 깔아놓은 것 처럼 고르게 정돈된 붉은 빛이 감도는 밭고랑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개 두마리를 보고 있으려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오늘의 볕에 실례가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낡고 낮은 건물 사이로 난 좁은 골목에는 포근한 바람이 옷깃을 하늘거리며 봄기운을 여유롭게 실어나르고 있었다.
뛰어들면 풍덩 소리와 함께 파문을 일으킬 것 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에 너무나 평화로운 광경이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은 아무것도 하고있지 않았다. 인형을 왜 새장 안에 두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정말 이별해야하는 시간이 가까워온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쉽기만 하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타이중. 안녕.
어김없이 예쁘다. 타이페이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