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써!
2024년의 1분기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머리가 지끈할 만큼 다양한 주제의 고민을 치열하게 했다. 고민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나가 버렸고 나는 그 안에서 좋은 점은 흡수하고 안 좋은 점은 뱉으면 될 일이다.
이번 분기회고는 조금 더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내가 만든 플랫폼에서 진행한 **주간 회고**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그나마 기록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것이지 지금 작성을 위해 다시 읽어보니 보강이 필요하다. 질문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꾸고 숫자를 넣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회고는 조금 특별하게 태국 치앙마이에서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더 양질의 글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나를 짓누르던 조바심이 사라지긴 했다. 아무래도 좋다.
책 읽기(3권), 글쓰기(7건), 개발블로그(3건) 운동(안 함)
내 이번 분기 성적이다. 분기 내내 해야지 해야지 말만 해놓고 잘 안 하다 보니까 구체적인 숫자보다 안 좋은 감정만이 쌓였다.
특히 운동을 미룬 것이 가장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별에 별 이유를 다 가져다 붙인 것 같다. 내가 운동을 하면 효율이 안 나오는지 겉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삶에 생기가 돈다던가 하는 변화도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자기 효능감이 발생하지 않는 분야는 확실히 자주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더 꾸준히, 더 깊게 파고들어야 이런 효능감을 맛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니까. 큰맘 먹고 PT를 받아봐야 하나. 고민상담을 좀 해봐야겠다.
솔직히 길게 보면 아무 이상 없는데, 지금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면 음... 내 커리어 망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전부 아둔한 한 초년생의 고민이겠지만 지금 불안한 건 감출 수가 없다. 불안한걸 안불안하다고 가면을 쓰기엔 스스로도 고통스럽고 가증스럽지 않은가.
그것도 그럴 것이, 충격을 받았던 사건을 두 번이나 겪었다. 2차 면접에서 불합격을 두 번이나 맞아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둘 다 붙었으면 했다. 회사 규모도 내가 원했던 수준이고 기술적으로나 도메인의 측면에서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회사들이었는데, 너무 좋은 타이밍에 2차 면접이라는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나는 둘 중 하나도 얻지 못했다. 꼭 얻어내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프지만 한번 실패해 보니 무덤덤했다. 오케이 이건 실패했으니까 얼른 다음 거 준비하자 하고 훌훌 털어냈던 것 같다. 이 마음가짐은 꽤 도움이 된 것 같다. 첫 번째 실패 때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그 주 주말을 다 버렸는데 두 번째 땐 그러지 않았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퍼스널 브랜딩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회사르 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위기감을 느꼈다. 회사이름과 직무를 지워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내 명함에 어떤 말을 써넣을 수 있을까?
내 미루는 습관을 제어할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개인 브랜딩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3월이 되어 퇴사했다. 애초에 기술이 달랐다는 점에서 사기취업이었지만, 그 안에서 잘해보려고 발버둥 쳤다. 내 직군 개발자들 다 나가고 있는 와중에 상황을 타계해 보려 정말 노력해 봤는데 결국 실무에서의 성과 이외에는 얻어낸 게 없었다. 좋은 동료들과 라포를 쌓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뚜렷한 성과도 보였다. 하지만 함께하진 못한 것이다.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알았다. 잘 맞으면 120% 시너지가, 맞지 않으면 80%씩 디버프가 발생한다. 동료와의 시너지도 중요하고 리더와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조직문화는 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요즘 읽고 있는 순서파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경험을 미리 해보니 책도 끄덕끄덕 하면서 읽게 되더라.
많이 배웠으면 된 거지. 후회는 없다.
연애를 마쳤다.
여기에 적긴 힘든 내용들이지만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마음도 아프고 미안하기도 하고. 술 한잔에 훌훌 털어버릴 만한 감정으로 임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뭐.. 지금은 깨끗하게 비웠지만 이번 분기 회고에 빠지면 안 될 내용이라 넣어봤다.
일을 안 하다 보니 돈의 총량은 당연하게도 무섭게 줄어드는 중이다. 그렇다고 내가 손 놓고 지냈던 건 아니다. 미약하게나마 들어오는 수익도 있고 생활비 지출도 크지 않은 사람이라 아주 무난하게 버티는 중이다.
이번 분기에는 주간 리뷰에 무지출 데이를 셈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무지출 데이는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큰 도움은 주진 못하지만 모아놓고 보면 뿌듯함을 선사한다는 점을 배웠다. 1주일에 고정비(월세, 통신비 등등)를 제하고 지출을 했는가, 했다면 얼마나 했는가를 측정한다.
멘토링은 꼭 해봐야지 하고 실행은 하지 못했던 활동이다. 비록 제안을 받아서 시작하게 되었지만 굴러들어 온 기회를 갈팡질팡 안 하고 빠르게 쟁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메일 받고 그냥 짱박아뒀거나
트레바리 호준 1,3,4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활동을 주관했다. 사람을 모으는 활동은 필요에 의해 내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활동 중 하나다.
준비가 부족했던 점이 마음에 걸린다. 어떤 진행도 없었고, 그냥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만 했다. 만약 다음에 이런 비슷한 자리가 생긴다면 다들 안 올 것 같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좋은 기회를 한번 날린 것이기도 하고 발판 삼아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이니까.
새로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못 읽었던 책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점도 좋지만 이런 모임을 계속 주최한다는 점에서 더 마음에 든다. 지난 모임 때 들었던 피드백인 '모임장이 말을 너무 많이 한다'를 고쳐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첫 번째 모임을 나갔는데 인원도 적고 다들 처음이라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아서 내가 또다시 말을 많이 했다.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꽤 늘여놓았고 바뀐 게 없었다. 나도 당황스러웠던 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였던 것 같다. 마냥 듣고 싶은 파트도 있었는데, 모임의 주최자로서 물 흐르듯 진행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 내가 오디오를 채워야 하는 역할을 가졌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했는데 끝나고 보면 내 지분이 너무 높아서 이게 맞나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 달 모임 땐 좀 더 시스템의 측면으로 접근해 봐야겠다. 발제를 구성할 때나 진행함에 있어 장치를 만든다든가 해서 잘 흘러가도록 해보자.
회고모임을 다시 시작한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결심하고 결제까지 했으니, 개인적으로 진행한 주간 회고도 12주 동안 착실히 했으니 이것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멋진 사람들을 타산지석 삼아, 발판 삼아 함께 성장하고 싶다.
나는 정말 일을 잘 미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운동과 독서 미루기를 보며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칼박을 해놔도 그 시간이 되면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안 하는 날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이 흐름을 타면 당장 상황이 괜찮고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아도 몇 주간 안 해왔으니까 이번주도 스킵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 복리로 작용하는 액션은 빨리 시작하는 게 좋고,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나는 내 미루기 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다음 분기 회고 때는 이 시스템을 한 주라도 사용해 보는 게 목표다.
나는 조바심에 지배당하는 사람이다. 일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니 그 이외의 액션들에 셀프 디버프를 걸어버린다. 운동도 일 구하고 시작한다고 핑계 대고, 꾸준한 독서도 일 구하는데 사치라고 생각하고 버려뒀다. 그렇게 좋아하는 낮 산책도 공부한다고 하고 하지 않았다.
근데 3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하찮은 고민이었다. 그냥 했으면 되는데. 고작 그거 한다고 인생 안 달라지는데 말이다. 더 능동적이고 행동파가 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는 퓨쳐셀프다. 그 사람의 관점에서 내 한두 달 전은 너무 미련한 사람이었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자.
2분기에 내가 부숴야 할 원씽은 이직이다. 만약 2분기에 다음 직장을 확정 짓지 못한다면 나는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돼버리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한다. 분명 많은 것들을 했지만, 사회가 규정하는 성공공식에서는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되는 게 맞긴 하다. 사활을 걸자.
개인 브랜딩을 위한 초석과 나태함 몰아내기 시스템을 2분기에는 완성한다. 2분기 회고를 적을 땐 이 시스템을 활용한 부분을 꼭 적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내 포트폴리오도 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직과 함께 병렬로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2분기가 끝나는 시점에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바로 이직 마무리를 6월 중에 하고 6월 중순에 누나 따라서 유럽과 남미여행을 하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움직이려면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날카롭게 계획하고 바보처럼 실행하기!
4주 차가 기억에 남는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일정을 소화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들이 막 터져 나오는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겹겹이 타격당해버렸다. 어떻게든 다 해냈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것도 잇고 잃은 것도 있다.
다음 분기에도 이렇게 기억에 남는 한 주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번 분기, 굉장한 임팩트였다. 당연히 엄청 힘들었는데, 이렇게 얻은 게 많은 한 분기도 내 인생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더 많이 배우고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