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볼로 알아보는 커뮤니케이션 펀더멘탈
당신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얼마나 어려운 주제인지, 정답은 없지만 커리어에서 직무역량만큼 중요한 역량이다 보니 항상 의견과 사례로 어느 정도 우리와 방향이 맞는지를 검증할 뿐이지 않은가? 나도 면접관으로 들어갈 때 가장 측정하기 힘들었던 지표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었던 것 같다.
이번 글에서 다룰 메인디쉬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다. 그중에서도 실무자들이 사용하는, 업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범위를 좁혀보자.
최근 배운 깨달음 중 커뮤니케이션을 너무나도 잘 설명한 비유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시각을 한 스푼씩 곁들여서 설명해보려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의사소통이란 뭐예요?
우리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뭐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당연하게도 정답은 없다. 무미건조하게, "생각을 나누는 것", "진심을 전하는 것"이라고 대답해도 좋다. 정답 중 하나이자 오답 중 하나다.
이쯤에서 내 정답이자 오답을 소개하자만, 개발 실무자로서 내가 생각하는 의사소통이란 Problem Narrowing(문제 좁히기)이다.
Problem Narrowing은 내가 만든 용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진짜 문제를 찾고 해답에 다가가는 과정으로 그 어떤 기술이 개입하기 전에 의사소통 만으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을 뜻한다.
실무를 하면서 시작되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으로 종료된다면, 진짜 문제를 찾아 재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액션이 도출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과정을 마무리하느냐가 Problem Narrowing의 핵심이다.
두 사람이 공을 던지고 받는 운동인 캐치볼을 하고 있다.
캐치볼에는 이기고 지는 개념이 없다. 그저 서로에게 맞는 위치에서 적당한 속도로 공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다.
이를 업무 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에 비유해 보자.
그전에 용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공 : 오고 가는 말
- 공 던지기 :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 공 주고받기 :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 사람과 사람 거리 : 라포(친밀도)
커뮤니케이션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프로다. 돈을 받고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일단 공을 잘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이는 기본기에 준한다고 생각한다. 그 수준을 어떻게 논할 수 있냐에는 할 말이 없다. 조직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기본만 하면 된다는 주의다. 가령, 뒤로 던져서는 안 된다.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힘으로 던지거나 굴려서는 안 된다. 이것이 기본이라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공 던지기다
공을 주고받는 사람 간 거리가 멀면 가까울 때보다 힘도 많이 들고 자주 던질 수 없다. 공을 던지기 전에 심호흡을 할 정도로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다. 반대로 거리가 가깝다면 공을 주고받는 일은 아주 시시껄렁한 애들 장난과 같을 것이다.
여기서 두 사람의 거리는 라포에 비유할 수 있다. 라포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라는 뜻의 심리용어다. 라포 형성에는 시간도 필요하고 공감대도 필요하다.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도 빠질 수 없다. 힘든 사람끼리 상사 뒷이야기를 하는 것도 뭐, 라포 형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솔직한 이야기도 필요하다. 전통 기업에서는 회식으로 대표되는 술 문화도 라포 형성에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어떤 방식이 좋은지는 몰라도 라포가 형성되어 가까워진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에 있어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캐치볼을 끝내고 난 다음 상황을 상상해 보자. 높은 확률로 다음 세 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일 것이다.
1. 둘 다 별로 힘들지 않다.
2. 둘 중 한 명은 힘들고 다른 하나는 힘들지 않다.
3. 둘 다 매우 힘들어한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한쪽이 베테랑이고 한 명이 초보여서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에 관한 내용이다. 이 계산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서로 너무 멀리 있어도 비용이 증가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던지거나 힘을 과하게 혹은 부족하게 던져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낮을수록 좋다. 회사에게도 좋고 개개인에게도 그렇다. 높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비단 내 리소스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리소스도, 더 나아가 회사의 리소스도 빼앗게 되는 중요한 개념임을 알아야 한다.
이 비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면 되는데? 의 정답에 가까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단순한 한 줄이 마법 같은 복리를 쌓아준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공을 받을 상대방을 배려해서 던진다. 받을지 말지는 상대가 결정한다. 그리고 이 결정에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
자 여기 두 부류의 공 던지는 사람이 있다.
1. 첫 번째 사람은 상대가 공을 받을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눈을 마주치며 신호를 보낸다. 공을 많이 받아보지 못한 초보임을, 왼손잡이임을 고려해서 최대한 상대가 받기 좋게 던져준다.
2. 두 번째 사람은 무슨 이유에선지 심통이 났다. 기분이 좋지 않아 상대가 받을 수 없게 공을 땅에 패대기쳤다. 다음 공은 상대방이 물을 마시고 있는데 던져버렸다.
우리는 둘 중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가? 2번이 통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에 장담은 못하지만, 나는 1번을 지향하고 그런 동료들과 일하기를 원한다.
의사소통을 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만약 모든 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면 그건 김정은이나 히틀러쯤 되는 독재자가 아닐까? 그 정도로 사람 마음은 모르는 것이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를 담아, 상대가 잘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던지는 혼신의 공 하나하나가 상대가 잘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받고 싶은지 아닌지는 몰라도 진심을 전하는 행위다.
누구나 그 정답을 갈망하고, 혹자는 그 비밀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당장 서점만 가봐도, 유튜브만 켜봐도 각양각색의 펀더멘탈(Fundamental)과 방법론이 난무한다. 하지만 속지 말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은탄환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환상적인 언변도, 무한한 신뢰와 경청도, 엄청난 실리를 담은 피드백도 누군가에겐 의심이, 부담이, 위압감이 될지 모른다.
그중 내 마음을 휘감은 단 하나의 가치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이다. 캐치볼의 비유를 기억하자.
- 내가 방금 공을 너무 세게 던졌나?
- 상대가 받기에 내 공의 방향이 너무 틀어져 있었네.
- 상대방은 신발끈을 묶고 있었는데, 다 묶을 시간은 줬나?
- 상대가 내 공을 몇 번 잡지 못했는데, 어떻게 던지면 잡게 할 수 있을까?
- 잘 받는 거 보니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볼까?
- 초코바를 하나 주고 올까?
이 모든 생각의 씨앗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를 담아 공을 던지고, 잘 받아주길 기다린다. 다시 그런 배려를 받을 거라 기대하지 마라. 이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묵묵히 던질 뿐이고, 그 과정에서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정-반-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