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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Dec 25. 2021

안흔한 INFJ의 스페인 여행 - 준비

요때가 제일 설레자나~

 한동안 Covid-19의 파도는 잠잠했습니다. 하지만 11월이 지날수록 점점 험상궂게 변하더니만, 결국 오미크론이라는 바이러스를 트리거삼아 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타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금 대부분의 나라가 국경을 걸어 잠그거나 거리두기 정책을 강화했고 봉쇄에 가까운 조치들이 속속 출현하기 시작했죠.


이런 상황에서 유럽 여행이라니, 혹자는 철없는 사람처럼 볼 것이고 너만 재밌으면 끝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걱정되어 금전적 부담이 되긴 하여도 모든 숙소를 1인실로 잡고 모든 방역지침을 따를 예정이지만 이게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퇴사라는 이벤트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현금이 여유 있을 수 있는 조건도 집을 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면 보기 힘들 것입니다. 내년엔 사업이나 취직과 같은 중대한 결정이 여럿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결정적으로, 28살의 겨울이라는 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개인은 적당히 이기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감성을 더한 합리화는 공공의 측면에서 항상 허점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개인의 측면에선 1%의 찝찝함도 남기지 않는 100%의 만족도를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고자 한다면 잡다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법이 정한 자유 안에서라면, 어느 정도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INFJ의 여행이란

저는 극 INFJ입니다. 나무위키를 뒤져보니 정확히 제가 있더군요. MBTI를 신봉하진 않지만 누군가 어떤 MBTI라고 하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버릇이 생긴 것도 제가 너무 찰떡같은 INFJ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가 이번에 무려 3주짜리 스페인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혼자 갑니다 - I

여럿이 가는 여행도 좋아하지만, 혼자 가는 여행은 그만한 맛이 있습니다. 28년을 I(내향적)답게 살아와서 그런가 저는 여행을 할 때도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식사를 하거나 투어를 할 때 조금 부끄럽긴 하겠지만 그 정도야 뭐, 외국인데 어떻게든 되겠죠?


저는 혼자 여행할 때면 70% 이상을 걷는 코스로 짭니다. 어쩔 때는 오전이나 오후 내내 걸을 때도 있을 정도로요.  관광은 딱히 큰 관심이 없어요. 그냥 장소만 바꾸고 산책을 해도 기분이 좋고 영감이 팍팍 떠오릅니다. 이번 여행은 일정이 길고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필수 관광만 진행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데 시간을 다 보낼 생각입니다.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


만약 날씨만 좋다면, 그냥 그곳이 스페인이라는 이유 만으로도 천국에 있는 기분일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이라도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감 제로의 여행 - N

사실 이번 여행은 뜬구름 잡는 이유들로 계획했습니다.   

29살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오겠다.

걸으면서 내년에 진행할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기획을 마치고 오겠다.

3년간 쉼 없이 달렸으므로 일 생각하지 않고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오겠다.

아마 위 3개 중 하나도 제대로 완료하지 못할 것입니다. 호락호락한 주제들이 아니니까요.


낭만이 빠지면 시체다 - F

커다란 결정에는 대의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멋진 물건엔 그만한 이름이 필요한 법이죠.

이번 여행은 쉼이라는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계획과 원칙 등을 정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 낭만을 첨가하는 걸 좋아합니다 ☺️

이번 여행 테마

책과 플레이리스트

저는 한 1주일 여행을 계획하더라도 준비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여행기간 동안 읽을 책과 플레이리스트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항상 이동할 땐 노래를 듣고, 밤이면 책을 읽습니다. 평소에 읽는 책과는 비교도 안되게 집중이 잘 됩니다.


휴식기간 동안 읽을 책은 아래 보이는 두 권으로 정했고, 유서에 관한 책은 올해 진행할 프로젝트에 깊은 관련이 있는 책이라서 정했고, 브랜딩에 대한 책은 기획자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입문 도서 격으로 정해봤습니다.

유서에 관한 감성적인, 법률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플레이리스트는 여행지와 관련 없이 최근 빠져있는 노래 위주로 넣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사로 울림을 주는 노래나 감상에 젖어들게 할 수 있는 음악을 일부러 넣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엔 100곡 정도를 담을 생각이고 여행이 긴 만큼 두 개로 쪼개 놓을까 생각 중입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이어폰 끼는 것을 싫어해서 아마 이동할 때나 듣겠지만 그래도 매일 듣던 노래 듣는 것보단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뷔페인가..?

이것저것 담다 보니 연관성은 개나 줘버린 뷔페 리스트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치 오묘하고 신비롭게 작동하는 구글 알고리즘처럼 항상 귀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요. 앞으로도 여행 갈 땐, 뷔페식으로 듣겠습니다.


글쓰기

이번 여행이 다시 오기 힘든 특별한 여행이다 보니 조금은 감상적인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도시 위주로 작성할 것이지만 정보 위주의 글은 많으니 최대한 낭만을 첨부하여 누구나 글을 보고 스카이스캐너를 켜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목이라도 안 써두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여행기는 총 7부작으로 작성할 것입니다. 이를 엮어 작은 브런치 북을 발간해볼 생각입니다. 첫 작품이 되겠네요. 이를 위해 계획 단계에서 미리 작성 페이지를 만들어두고, 템플릿을 작성해뒀습니다.


계획 - J

여행에 앞서, J답게 계획을 짭니다. 무계획 여행을 다니시는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임기응변에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계획에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겐 여유와 휴양이 관광보다 월등히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저는 엄격하게 시간 단위로 계획을 잡지는 않고 오전엔 어디, 오후엔 어디 식으로 시간계획을 잡습니다.

세부 계획표 링크


시간 계획

시간 계획의 경우 어디서 어디로 이동할지, 조금은 러프하게 작성해봤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건 질색이라 관광의 경우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방문하도록 했고, 투어 같은 경우는 시간도 써놓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계획을 빡빡하게 짜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잡다한 것들을 계획하고 가는 게 조금 특징적인 듯합니다.

최소한의 계획. 더 이상 빡빡하겐 못짠다.


실물 계획

이제 낭만 걷어내고, 실제 움직일 때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업 해보았습니다. 정말 이것저것 챙길게 많습니다. 특히 코시국이라서 필요한 서류도 있었고, 스페인에 사는 누나에게 전달할 물건 때문에 짐 목록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다 보니 문서로 명확히 정리해둔 게 아주 유용했습니다.


제가 시간과 돈 계산 관련된 부분은 정말 철저히 지키는 편이라 예산을 특히 신경 써서 작성했습니다. 여행 중에는 일일 정산을 통해 총경비를 명확히 계산해낼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계획들



준비만 했는데도... 힘들다!

사실 이번 준비 기간은 복합적인 요인들 때문에 유독 힘들었습니다.   


1. 첫 유럽여행     

제게 유럽 여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 정도만 가봤고 그 당시도 학군단에서 보내준 여행이라 친구들과 몰려다녔죠. 혼자, 유럽에 3주가 넘어가는 긴 여행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았습니다.


2. 코로나

 코시국 여행은 정말 힘듭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엔 시작도 안 했어요. 준비만 하는데도 힘에 부칩니다. 서류는 한국과 우호관계인 스페인이다 보니 크게 준비할 게 없는데 주 단위로 변경되는 정책과 방침 때문에 우리나라 뉴스와 주-스페인 대사관 홈페이지, 네이버 카페 유랑을 매일 들어가서 확인했습니다.     

이제 실제 여행이 시작되면 더 심하겠죠? 코로나는 아직도 심해지고 있으니까요. 식사 한 번 하기도, 비행기 한 번 타기도 힘들 겁니다. 어떤 관광지는 외국인의 입장을 막을지도 모릅니다. 테네리페 섬에 가기로 했는데 이곳도 제주도처럼 봉쇄를 내릴지도 몰라요. 그래서 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Plan B를 생각해야 합니다. 


3. 퇴사 이후 계획

 저는 현재 소속된 회사에서 휴직을 냈지만 이미 마음속으론 퇴사를 확정 지은 상태에서 떠나는 여행입니다. 미리 상관인 팀장님께 말씀드리니 2월쯤 같이 퇴사하자고 하셔서 미뤘는데 팀장님은 잡히시고 저만 휴직하게 되어 그림이 이상해졌습니다.     여하튼 퇴사 후 바로 이직할 생각이라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고 있던 레쥬메를 정비하고 갈 회사들을 리스트업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사실 여행 계획보다 이 작업에 훨씬 치중했고, 시간도 많이 들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공격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래걸렸다. ㅜㅜ

4. 신년 계획

저는 1년 계획을 정말 심사숙고해서 작성합니다. 그래서 연말에 카페를 가장 자주 갑니다. 아마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퇴근하고도 카페에서 계속 생각하며 작성했을 거예요. 하지만 여행 일정이 한창 신년 계획을 세울 시기와 겹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여행 전에 2022 계획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2022 잘부...!!!

내년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인으로서 살 만큼 살았고, 개발자로도 대충 느낌 알았으니까. 돈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에 있어서 거침이 없을 것입니다. 


Outtro

물론 N과 같이 여행과 큰 관련이 없는 항목의 경우 끼워 맞춘 감이 없지 않지만 나머지 항목들은 제 여행습관과 거의 일치했다고 보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술술 쓰이는 게 꽤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에 친구들과 여행할 때 골목충(이 골목 가보자! 저 골목 가보자), 맛집충(미리 맛집 찾아서 거기만 감), 지도충(구글맵 신봉자) 등 지금 생각해보면 MBTI와 연관된 여행 스타일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조합해보면 각기 다른 여행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기 작성 준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실제 여행을 다니며 느낀 감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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