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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n 04. 2023

가진 돈, 시간과 용기를 몽땅 써라

통장잔고는 지금도 잃고 있는 수많은 기회의 총액일 뿐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다중 해석의 여지가 필요 없는 단순한 글입니다. 글이 주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통념의 관점에서 옳은 가치를 주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매사에 리소스를 흥청망청 낭비하지 말고 아껴서 안정감을 얻어라, 아래에서 설명할 책의 용어를 빌리면 저축신앙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일론머스크로 알려진 우주항공 기업 CEO가 쓴 가진 돈을 몽땅 써라라는 책은 이 저축신앙을 시대를 따라오지 못한 개념이며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격하고 단순한 메시지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맞는 구석도 있으면서 힘이 있는 주장에 매료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돈, 시간, 용기

 개인적으로 책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 흥미로운 개념인데, 저자가 돈, 시간, 용기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해야 할 일을 할 때 소모되는 재화로써 말이에요.


- 돈이 없으면 빌리면 되잖아.

- 왜 시간이 주어지는 데 사용하지 않고 버리지? 

- 그냥 손만 번쩍 들면 되는데 왜 하겠다고 안 해?

- 지금 택시를 타면 시간을 아끼고 그 안에서 생산성도 꾀할 수 있는데 이걸 왜 안 할까? 


 그저 살아온 삶이 너무나도 달라서 그럴지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사람에게는 굉장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당장 너무나도 절실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적용해 보기 좋은 가치관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저자가 주장한 내용 중에 나는 재미있으면 이것저것 생각 않고 한다가 있습니다. 놀이놀이 인간 호모 루덴스가 생각났습니다. 지금의 인간이 불과 도구를 사용하고, 식량을 축적하며 발전한 것이다라고 하면 지금도 과거와 비슷한 의사결정들을 내려야 할 텐데 지금의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식량도 풍부하고, 소통의 방식도 바뀌었으며 핵심 가치관들이 과거와는 너무나도 달라요. 과거엔 생존이었다면, 지금은 재미입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선비나 학자가 광대보다 인정받는 유교의 사회였다면 지금은 재밌고 끼가 있으면, 특정 분야에서 재치만 있어도 인정받는 사회입니다. 나에게 재미있는 일인가? 가 개인의 의사결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듣다보니 뭔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스스로 조금 신기했습니다. 


 잘 놀아야 놀 줄 아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었고, 그래서 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저자의 태도에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보고, 그들이 주로 하는 일들에 함께하면서 얻는 것은 비단 경험만이 아니라 태도나 성향, 가치관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실제 문제를 겪는 사람에 공감하지 않으면, 얄팍한 내 세계에서 단정하게 되니까요.


오지 않은 미래

 저자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어리석다고만 말하진 않습니다. 다만 매몰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린 매몰될 지경의 교육을 어릴 적부터 받았던 건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저축신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겠나 싶을 정도로요. 저도 어릴 적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마치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을 당할 것처럼, 투자로써의 경제를 공부하면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을 보듯 인식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지금의 나를 끌고 가고 있는 원동력은 저축해 둔 돈이 아니라 그간 마주했던 사람들, 경험들, 어렵게 해결했던 문제들, 여행 등등 돈을 통장에 꽁꽁 싸매고 집에만 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가치들입니다. 더 많은 돈과 시간, 용기를 사용했다면 더 빨리 얻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남더라고요. 이런 점에서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재화들을 투자하면 되겠다는 확신도 들었어요.


상황

 다만 이 사람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책을 보니 사람 자체가 조금 특별한 건 사실이었으니까요. 

- 웬만한 타격에는 끄떡없는 오뚝이 같은 회복탄력성을 지녔다.

- 가족에 큰 미련이 없다. 혼자 재밌게 사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들어 결국 해내는 추진력과 센스가 있다. 


 솔직히 이런 성격이나 생활 태도가 본인의 주장과 너무나도 잘 맞아서 시너지를 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와 비슷한 사고방식과 능력을 가졌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지도 모르지만, 좀 다르거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책에는 그의 모든 상황이 묘사된 건 아니다 보니 100% 공감하긴 힘들었습니다. 재산과 지출, 수입 내역을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 수입의 측면에서 믿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고, 마음속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싸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기만이 될거에요.


안정성

 책에서 한 문장만 꼽자면, "통장잔고는 지금도 잃고 있는 수많은 기회의 총액일 뿐이다"를 선택할 것 같아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통장잔고라는 용어는 우리가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거나 흘려보내는 재화인 돈과 시간, 용기를 대표합니다. 


 저도 돈은 쌓을수록, 시간과 용기는 흘려보낼수록 안정감을 얻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안정성을 얻긴 했지만, 다 읽고 나니까 결국 안정성이라는 게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과투자로 평가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돌아섰어요. 안정성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과투자가 아닐 만큼만 투자하는 게 현명하겠다 싶었습니다.


중용

 이런 신박한 주장에 매료됨에도 결국 돌고 돌아 중용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치우침 없는 중간. 누가 정해주면 좋으련만 개개인마다의 중용은 다르니 스스로 잘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요즘 저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쓸까, 사고 싶은 물건을 거리낌 없이 사는 방법은 뭘까인데 너무 안정성에 기울어있던 삶에 대한 중용이거든요. 


 반대로 목적 없이 저자보다 더 심하게 소비하고 Yolo를 외치던 사람들에게는 소비로 시간을 사거나 비싼 식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에서 소비를 돌아보고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표현이 솔직하고 색이 짙다고 해서 한쪽으로 치우치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건 아닐거에요. 결국 돈, 시간, 용기에 있어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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