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업무방식
"회사에 득이 되는 거면 돈 신경 쓰지 말고 실행해라", "휴가가 필요하면 맘껏 써라"
한창 스타트업 신에서 파격적인 복지를 내세울 때에도 독보적인 업무문화라고 여겨졌던 곳이 바로 넷플릭스입니다. 누가 하란다고 다 할까, 설마 눈치도 없이 휴가를 1달을 내는 바보가 어딨 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자는 책을 읽는 우리가 그런 의심을 하지 않도록 초반부터 굉장한 전제를 하나 제시하는데, 바로 넷플릭스에는 업계 최고의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목차를 읽고 들었던 의심이, 챕터 1을 읽으면서 점점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구성원이 업계 최고의 인성과 실력을 가졌다면, 넷플릭스의 규칙 없는 문화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비와 휴가는 회사에서 생각하기 가장 피곤하고 성가신 항목입니다. 돈 때문에 하지 말라는 건 많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추진하면 안 될 것 같고요. 남는 휴가를 앞으로 다가올 이벤트에 맞춰서 꼼꼼히 계산해야 하죠. 이게 귀찮은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시스템과 제도에 맡긴 것입니다.
회사에 득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실행하라라는 간단한 대원칙 아래에서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자율을 부여한다니, 조그마한 조직도 아니고 몇천, 몇만 명이 전 세계에 근무하는 대기업에서 이러한 정책을 유지한다니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람 관리라는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도 너무나도 심플한 정책을 통해 관리합니다.
- 성과가 나오지 않는 평범이 들을 웃돈을 주고 내보낸 뒤 능력 있는 사람을 웃돈을 주고 데려온다.
- 어떤 회사가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하려고 하면 웃돈의 웃돈을 얹어서 해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통하는 심플하지만 너무나도 과격한 이 정책은 어쩌면 아주 효율적으로, 가성비 좋게 인재를 관리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관리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들어주고, 딱한 사정도 들어줘야 합니다.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면 기회를 부여해야 하죠. 하지만 이 모든 게 비용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돈을 팡팡 써대도 될까 싶지만, 여기서의 인재는 그냥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에서 강조하듯 평범한 10명의 몫을 해내는 1명의 프로. 레벨이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다면 평가 시스템도 흥미로웠습니다. 리더든 실무자든 받게 되는 360도 평가와 비슷한 평가제도입니다. 사실 솔직함이라는 문화가 이미 잘 정착된 넷플릭스와 같은 조직에서는 탁월한 성능을 보일 것 같았어요. 저도 다면평가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좋은 말만 해주거나, 마녀사냥을 하는 경우도 봤거든요.
책에 묘사된 대로만 넷플릭스의 평가문화를 평가하자면 마치 잘 만든 정화 시스템이 동작하듯 주기적으로 전달되는 건강한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사람, 즉 프로가 되어가는 과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잡음이 나는 과정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정에서 내용과는 무관하게 사람의 감정도 전달되고,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관계에도 영향을 주거나 받을 텐데, 그런 점들이 어떻게 배제되고 건강한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입니다.
솔직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결론적으로 저는 넷플릭스 조직문화의 정수를 이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제가 되는 뛰어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더 뛰어난 사람이 된다. 회사는 그 시스템과, 결과물인 사람들을 신뢰한다. 마치 유토피아 같은 시스템처럼 들리네요. 그걸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대단합니다.
장교로 일할 때, 정말 흔하게 명령서라는 것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서 양식에 꼭 포함되어 있는 항목이 있는데, 바로 지휘관(상급자) 의도라는 항목이에요. 더 낮은 레벨의 명령서에는 상급자, 차상급자, 차차상급자의 의도까지 적혀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결심할 때,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윗사람들의 의도를 반드시 고려하라는 원칙이에요. 더 나아가 충분히 큰 조직이라면 다들 이렇게 일하고, 아직도 꽤나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점이라면 하급자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편해지고, 단순한 사고만 하면 됩니다. 상급자는 하급자가 본인의 의도대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니 커다란 피라미드 같은 조직을 다루기 쉬워집니다. 돌발행동도 없어지고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단점은 최상급자의 역량에 크게 좌우됩니다.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도 힘들게 돼요. 본인의 논리와는 다른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갈팡질팡하게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의 문화는 (최고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전제 하에)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어도 커다란 조직을 관리하고 성과를 냄에 있어 부족함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몸통이 커져도 안정성을 위해 움츠려 들기보다는 되이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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