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 Jun 19. 2023

무려 두 시간의 리프레시

두 달과도 비슷한

 리프레시는 남용하면 안 되지만 적당히 잘 쓰면 정말 좋은 약 같은 개념인가 봐요. 스스로를 스트레스의 발원지로부터 격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몇 주, 몇 달 동안 지속해야 하는 게 리프레시인줄 알았는데 이번 주에 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주 화요일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하는 화요일이었는데, 유난히 일이 하기 싫어서 앉아있는 시간이 정말 괴로웠어요. 당장 할당된 일도 없고, 급한 이슈도 없는 상황. 아무도 나에게 뭘 바라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고, 이게 완벽한 컴포트 존인가 싶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개인 공부를 하기도 조금 부담되고, 새로운 일을 추진하자니 지금은 그럴만한 열정이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참다 참다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2시간 휴가 내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한 적이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감기에 걸려서 참다가 병가 쓰고 조퇴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4시쯤 나와서 역으로 걷는데, 햇빛도 적당하고 바람도 살랑 부는 게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5분 전만 해도 기분이 안 좋고 숨이 턱턱 막혔는데 이렇게 쉽게 기분이 풀릴 줄 몰랐어요.


 그렇게 사람 없는 2호선도 즐겨주고, 내려서는 최대한 천천히 걸어서 영화관에 갔습니다. 혼영 할 때 사람이 많으면 약간 쑥스러운데 시간대가 알맞아서 그런지 사람도 적당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을 봤는데, 정말 너무나도 제 스타일인 영화여서 보는 내내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적당히 걷기 좋은 여름밤 날씨라 조금 멀지만 집까지는 걸어서 갔어요.


결과적으로 그날 하루는 정말 꿀꿀했다가, 완벽한 하루로 끝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을 뻔했는데 말이에요. 그 영향인지 스트레스가 좀 풀려서 다음 날부터는 전날 같진 않았어요


 저는 계획 없이 결정을 내리는 걸 꺼려하는 J성향이 강해서 연차 같은 건 특히 몇 주 전부터 계획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이런 스트레스에도 지금까지는 그냥 그 환경이 끝나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던 것 같아요.


 리프레시라는 게 어떻게 보면 이렇게 별게 아닌데도 마치 심기일전하듯 리프레시를 위해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연차를 모으며 온전히 그 스트레스들을 받았던 날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솔직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