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서머싯 몸은 예전에 인생의 베일을 읽고 좋아하는 작가가 됐다. 재밌지만 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 소설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묵직하게 다가 오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썼을까 감탄하게 된다.
내가 여기서 얻은 가르침은 작가란 글 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 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해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내게 필요한 책이 또 곁에 있어주는 것이 기뻤다. 우연히 추천 영상에서 봤던 어떤 배우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 배우는오디션 보는 것이 본업이고 무대는 보너스라고 말했다. 그 인터뷰 내용을 보고 많이 공감했었다.
글을 쓸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고, 그 글로 인해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들은 모두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 아닌 우연이나 행운인 것 같다. 반응을 의식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밖에 쓸 수 없지만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뭐든지 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 년에 책 1권만 읽어도 다독가가 되고 독서는 이미 멸망해 버린 취미라고도 한다.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가 더 발달할 미래엔 작가는 필요 없어질 거라고도 한다.
오히려 좋다. 어차피 한껏 좁아지는 시장이라 기대할 여지가 크게 없다면 그냥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으니. 안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어려운 시대에 좋은 글이 나왔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감정의 밑바닥을 구르고 나서야 절절히 글이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