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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하는가?

에세이

by 인드라망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마음대로 말할 수 있다. 사회는 윤리와 법으로 인간의 충동을 억압한다. 인간은 현실에서 억압받는 충동을 충족시키기 위해 꿈을 꾼다(가령 보고 싶었던 사람을 꿈에서 만나는 경우다). 인간은 꿈에서 자기충족을 이룬다. 인터넷은 어느 정도 꿈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과 마주보며 말을 하는 동안에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한다. 실시간으로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서 우리는 의도했던 것보다 말을 약하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의견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데에 방해를 받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덜 겸손해질 수 있으며 착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의견을 내면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잘못된 생각이라면 댓글로 욕이 달리거나 그 생각이 틀렸다는 의견이 달릴 것이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에 생각도 언제나 옳을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그 생각이 어딘가 도덕적으로나 사실관계에서나 잘못됐다는 것을 서로가 인식하고 알려주고 깨닫는 과정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솔직해질수록 문제의 핵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없애버린다면 우리는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악의적인 댓글들을 줄이기 위해 실명제 사용을 주장한다지만 이름 공개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완전히 달성하기가 어렵다. 전국에 있는 동명이인들 때문에 익명성은 조금이라도 작용한다. 당사자의 사진도 같이 보여줘야할 판이다. 그러니 실명제를 실시하느니 차라리 그 작성자의 다른 댓글 내역을 모두 보여주는 편이 낫다. 일부러 공격적이고 무례한 댓글을 다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끔 말이다.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말인지 댓글 내역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의견 숙련도를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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