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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인터넷은 유익한가?

에세이

by 인드라망



21세기에 인류가 기술에서 가장 큰 진보를 이룬 분야는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컴퓨터 운영 체제로 각 가정에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었고 구글의 검색엔진과 위키피디아로 백과사전의 내용들보다 폭넓은 정보들에 빠른 접근이 가능해졌다. 사진, 영상, 음악, 인터넷 등의 기능을 자그마한 제품에 압축시킨 애플의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에 혁신을 일으켰다. 페이스북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동네, 도시, 국가에 제약 없이 관계를 맺고 일상을 공유한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장소 어디서든 우리는 정보에 접근하고 새롭게 개발되는 앱과 서비스로 다양한 편리함을 누린다. 우리는 온라인 강좌와 회의에 참석하고 여러 제품들을 검색만으로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꼼꼼히 비교할 수 있다. 우리는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책값을 결제한다. 인터넷으로 우리의 삶은 크게 진보하였다.



인터넷은 불편함과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였다. 우리는 문자나 메일로 일과 업무를 확인하고 워드 프로세서로 보고서와 레포트를 작성한다. 컴퓨터로 일 처리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게 해준다. 인터넷으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남은 시간과 돈, 에너지들을 우리는 다른 일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됐다. 여유가 생겼고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이는 증기 기관의 혁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온라인 강의로 공부할 수 있다. 무크MOOC에서 일류 대학의 강좌들을 듣고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고 수업을 다 듣고 공부를 끝내면 학위도 준다. 인터넷 덕분에 지역과 소득 간 교육 불평등이 다소 해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파생된 서비스들을 개인이 절제하지 않으면 인생을 낭비하는 경우가 생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하루 종일 보면서 나태해진 일상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투리 시간에 인스타를 계속 본다던지 마감기간 안에 끝내야 할 일을 인터넷을 하면서 미룬다든지 하는 일들이 말이다. 인터넷 때문에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삶이 점점 망가져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인터넷으로 몇 시간을 낭비하고 온라인 세상에 빠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터넷으로 여가를 즐기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여가의 차원을 넘어서서 인터넷 자체가 삶이 되면 결국 인생에 남는 것은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사회적이고 삐딱한 생각들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적 발언들, 약자와 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들, 혐오 발언들이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커뮤니티를 하는 것은 마치 마약을 하는 것과 같다. 마약으로 몸이 망가지듯이 생각이 망가진다. 커뮤니티는 사람을 지위와 재산으로 단순히 서열화 시킨다. 내가 그것에 불만이 생기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이야기들은 전부 누락되기 때문이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 가치도 같이 추락한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완벽할 수도 없다. 서열화 상위에 속할수록 인생이 완벽에 가깝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평가하고 욕한다. 유익한 행위들인지는 모르겠다. 커뮤니티에는 가짜뉴스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허다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공유된다. 적나라하게 관능적인 사진들, 영상들이 마구 떠돌아다닌다. 커뮤니티가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핸드폰으로 유튜브 안 보는 사람이 없다. 언제는 엄마가 내게 말했다. “유튜브가 제일 재밌지. 사람들은 요새 티비도 안 보잖아? 엄마도 요샌 티비 잘 안 봐. 엄마 어릴 때는 잡지도 사서보고 했는데 이제는 책도 안 읽게 되더라.” 엄마는 스마트폰을 자세히 다룰 줄은 모르지만 유튜브는 자주 본다. 우리나라의 성인 일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일 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책은 읽는 사람만 읽으며 독서가 고상한 취미 취급을 받고 있다. 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들은 읽지 않는다. 휴대폰을 본다.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본다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도움 되는 유튜브 영상들도 있다. 하지만 유튜브로 시간을 허무하게 다 보낸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몇 십분 아니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시간은 소중하다. 휴대폰 말고 우리에게 더 도움 되고 더 가치 있는 다른 활동들이 많다.



인터넷에서 파생되는 발전과 혁신 분야는 날이 갈수록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기술로 결정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AI와 기계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되는 미래에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이 요구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 독창성 있는 개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브랜드화해야 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 사회와 기업은 녹슬고 경직된 학교 교육에서 창의성을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학교가 삶의 길을 알려준다고 믿는다. 우리는 점점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마저 우리는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낡은 제도와 생각을 바꾸어야할 것을 알고 있지만 사회 시스템과 고정관념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가 꿈꾼 성공의 불문율은 깨진지 오래되었지만 그 인식만큼은 여운처럼 지금까지도 사회에 남아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생각은 그대로라면 결국 그 사회는 도태될 것이다.




학교는 창의성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들시들해진 창의성에 우리는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우리들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책을 더 읽고 밤에 더 많이 자야하며 휴식과 여유를 더 취해야하고 취미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하고 멍을 때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이는 아빠 세대와 아들 세대의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현실에서 이는 나타난다. 세상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심각하게 얽힌 갈등과 불만들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 불거진 세대와 성별, 노사 갈등이 격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우리는 오해와 갈등을 풀기 위해 말해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대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소통과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뀌고 변화해야할 부분이 산더미같이 불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앞으로의 변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희생시킬 것인가?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문제점은 무엇인가? 무엇을 경계해야하는가? 새로운 문제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 조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간단한 동작들을 연습하는 것이다.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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