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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취미라는 처방제

by 인드라망



정신에 결손이 있는 환자들의 병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가치 있는 활동을 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처방법이다. 우울증 약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우울증 약은 근본적으로 병을 고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스케치하고 연기를 하는 등의 활동이 마음의 병을 치유해준다. 윈스턴 처칠은 선천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이 있었다.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렸고 그러는 동안에 우울증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는 ‘죽는다면 천국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도 하였다. 몰두하고 보람 있는 삶은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가치 있는 삶은 곧 의미 있는 삶이다. 삶의 의미를 찾은 한, 목적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삶을 정신없이 지낸다면 우리는 걱정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의관들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늘 바쁘게 움직이라고 조언했다. 옥외활동을 하다보면 그들은 끔찍했던 과거를 다시 떠올릴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들은 바쁘게 사는 것이야말로 우울증을 고쳐주는 최고의 특효약이라고 말한다.


걱정은 우리 자신을 집어삼킬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걱정에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뭐든 극복할 것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떤 사람은 무진장 자고 먹고 싶은 걸 왕창 먹고 걱정하는 일을 아예 그만두었더니 거짓말 같이 다시 건강해졌다고 한다. 나는 생각이 많아지거나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머리를 비우려고 산책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연을 관찰하고 있으면 나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산책을 하는 동안에는 잠시 일을 쉬는 건데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면 오히려 다시 일을 시작해볼 의욕이 났다. 큰 걱정들이 사소하게 느껴졌고 그것들이 별 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9%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의외로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우리는 겪었기에 알고 있다. 당시 세 살 남짓이었던 나는 뉴스로 보도되는 태풍 매미를 보고 큰 두려움에 떨었다. 나와 우리 가족이 홍수에 떠내려갈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소나기도 오지 않았다. 또한 군대에 가면 매일 맞을 줄 알았지만 가서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우리는 매일 허상과 싸우느라 고군분투한다.



걱정하는 사람은 금세 늙는다. 병으로 죽을 확률 또한 높아진다. 한 해 동안 걱정과 우울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전쟁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많으며 이는 심지어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많은 숫자이다. 알렉시스 카렐은 “걱정과 싸우는 법을 모르는 기업인은 일찍 죽기 마련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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