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시가 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2022년 5월 기준)들은 기술 기업들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는 신생 기업들에 자리를 내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술기업의 CEO들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가 대학을 중퇴하고 각자 pc운영체제와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제프 베조스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 했으며 아마존으로 온라인 책 판매부터 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부터 해온 프로그래밍으로 페이팔을 창립하는 데에 기여를 하였다. 반세기 전만 해도 맥도날드, 코카콜라, 월마트 등의 기업이 가장 높은 주가를 달성했지만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현재와 같이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현재에는 월마트 같은 전통 기업들도 기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앞날에 기술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판교가 있다(정확히는 ‘판교테크노밸리’라고 부른다고 한다).한국에서 스타트업 창업 사례가 2019년 들어 크게 늘어났으며 대부분이 판교에서 시작하였다. 스타트업의 90%가 기술기업이었다. 이전에도 창업이 활발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2000년대에 인터넷붐으로 생겨난 게임 산업이었다. 현재 한국의 IT분야를 이끌어 가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이러한 기업의 설립자들 또한 대게 컴퓨터공학자다) 같은 기업들의 전신이 당시에 세워졌다. 기술 스타트업으로 현재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된 회사들은 우아한 형제들, 무신사, 야놀자 등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향후 십 년 내지 이 십 년 안에 한국의 기술 분야를 주도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기술 기업이 늘어난 만큼 많은 기업들이 개발자를 필요로 한다. 근래에 가장 핫한 직업은 개발자다. 개발자를 양성하는 부트캠프 열풍이 불고 있고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비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인기 있던 직종이 법률, 언론, 교육, 공무, 금융 분야였다. 대략 60~70%의 학생들이 몰리는 레드오션이었다.
기술기업들은 기술에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 사업을 위해 2022년 1월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으며 아마존과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는 2022년 4월에 트위터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앞으로 전망 있는 분야로 손꼽히는 머신러닝, 딥러닝, 빅데이터, 인공지능도 모두 기술이다. 자본이 기술로 몰리고 있다.
5년 전에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왕이면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진학할 것을 권했다. 거기에는 통계학과가 꼭 포함되었다. 요새는 통계 전문가가 파이썬으로 하는 데이터과학자로 바뀌었지만. 이과 아이들은 취업을 위해서 일명 취업 깡패라고 불리는 3대 공대인 ‘전(전기전자공학)화(화학공학)기(기계공학)’에 대부분 진학했다. 그 후 추세는 ‘전(전기공학)전(전자공학)컴(컴퓨터공학)’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대학의 공대에는 컴퓨터공학과가 가장 높은 입결 점수를 자랑한다. 공대의 남녀 비율은 과거에 비해 점점 완만해지고 있으며 학생들이 공과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1980년대에는 경제금융화의 시대로 월스트리트가의 펀드매니저들이 세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2000년대에 컴퓨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상은 컴퓨터공학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세상의 지평선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검색을 하려고 구글 엔진을 이용하며 쉴 때면 유튜브를 본다. 스마트폰을 잘 모르는 우리 엄마아빠도 유튜브 보는 건 잘 안다. 그리고 자주 본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서비스 제공자에게 권력이 생긴다. 서비스에 이용자가 늘어나고 자본이 밀려들면서 권력이 뒤따라온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시가총액은 재벌기업들(삼성, sk, LG, 현대)을 제외하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장 높은데 네이버와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한국 사람은 없다. 그만큼 기술 제공자는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기술에 권력이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