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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앞으로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기술의 시대

by 인드라망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똑똑한 기계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러한 위협은 향후 십 년 내에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테슬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안정성이 입증되어 널리 쓰이는 시점에는 백 만여 명에 달하는 버스, 택시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내가 사는 시골만 하더라도 어떤 식당들에는 무인주문기가 있다. 주문만 받는 수준이지만 만약 점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계가 똑똑해진다면 전국에 있는 수많은 매장 직원들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이들은 공부나 음악이나 육아를 하면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디서 돈을 벌어야 하나?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다. 기계 학습으로 간단한 판단과 조치를 해주는 인공지능 법적 서비스가 이미 변호사들을 대신하고 있다. 질병과 질환을 진단하는 프로그램도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진 만큼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 컴퓨터가 생기고 많은 직업들이 없어졌지만 구글과 애플 같은 IT기업이 더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지능엔 많은 결점들이 있다. 인지능력과 추상화능력, 공감각능력은 형편없기 때문에 그런 능력들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보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현장은 예상과 다르다. 직원들과 인공지능은 서로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잘 이용하는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현명한 기업들은 기계와 인공지능을 경쟁상대로 삼지 않는다. 협력의 대상으로 본다.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인간이 잘하는 일은 인간에게 맡겨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은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이겼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하면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컴퓨터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기계와 협력하는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져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시 말해 컴퓨터가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에겐 언어능력이 있다. 일상 언어가 전제하는 논리는 어렵고 복잡하다. 학자들이 알아내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들은 생각하고 말하는 일에 능숙하다. 어려운 일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일상 언어를 인공지능이 정복하는 시점에는 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우쳤을 것이다. 생각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최후의 보루다. 세상은 복잡해지고 있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할 일이 없다. 좋은 먹잇감밖에 되지 못한다.




미래에 과학자나 공학자가 되어야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처럼 자연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글쓰기 능력이나 기르는 게 낫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적절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오직 책을 읽고 글을 써야만 한다. 그만큼 생각하는 활동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능력으로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일반 시민들의 의무다.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책 ‘인간관계론’의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한다.






“ … 아마도 1,500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나의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그들이 내 강의를 들었던 이유는 그들 스스로 오랜 관찰과 경험 끝에, 공학 분야에 가장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분야에서 최고 소득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지식에 더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 리더가 되는 능력,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능력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 ”





이 말은 100년 전 미국 사람이 했다. 현재까지도 유효한 말이다. 워렌 버핏은 어렸을 때 몇 십 달러를 주고서 들은 데일카네기의 강연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투자였다고 회고한다. 투자법이 아니라 자기개발을 위한 강연이었다.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는 생각하기, 말하기, 읽기가 중요하다. 우리는 말로 사람들을 모으고 전쟁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설득과 협상으로 상대방을 움직여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 다름 아닌, 언어로 말이다. 우리는 대화하고 발표하고 연설하고 강연하고 강의하고 논문 쓰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광고하고 일기를 쓴다. 언어능력은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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