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에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소멸예상시기가 앞당겨질 건지만이 관건이다. 북한과 전쟁이 나서라든가 기후 변화로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아이를 한 명 가지거나 아니면 아예 가지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다. 빈곤국은 아이를 많이 낳고 잘 사는 나라들은 아이를 적게 가진다지만 한국의 경우는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2050년까지 65세 이상이 한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2200년이 되기 전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소멸한다. 2021년 한해 합계출산율은 0.8인데 이는 다섯 가정을 다 합쳐서 아이가 총 넷 있는 셈이다.(이는 세계 꼴찌이며 바로 다음이 홍콩이다). 2025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6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통계청은 예상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걸까? 2022년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약 5200만 명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며 거기다 도시국가다. 비슷한 상황으로는 싱가포르(539만), 홍콩(710만), 대만(2380만)이 있는데 OECD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과 비슷한 인구 규모로는 이탈리아(5920만)와 프랑스(6720만)가 있지만 두 국가는 인구 대비 국토 면적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 캐나다(3800만)와 호주(2570만)는 그 이상이다. 그래서 진보주의자들은 “대한민국에 인구가 많으니 이제는 줄어야할 때.”라고 주장한다. 스웨덴(1000만)이나 스위스(860만) 같은 소수정예의 국민 국가를 모델로 삼아서 말이다. 반면에 보수주의자들은 인구 규모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지으므로 인구 감소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다. 2022년 한국의 인구 연령 분포가 적절한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으므로 당장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체감 상, 기업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지도 않고 부양인구도 충분하다. 하지만 20년, 30년 뒤에 한국은 인구 절벽 상태에 돌입한다. 아이는 사라지고 노인들만 남는다. 나이가 많은 순으로 인구가 많은 인구 피라미드 형태가 된다. 한국은 초저출산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시골에서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잘 안 보인다. 국민 연금과 국방 인력에서 물이 새고 있고 학교에 아이들이 줄고 있다. 앞으로 부양인구가 될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할 세금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왜 저출산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집값 폭등이 젊은이들의 경제 문제를 악화시켰다. 현재 젊은 세대는 직장에서 평생 일하면서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못 산다. 과거에는 취업하고 대출로 집 사서 월급으로 대출을 갚아나갔다면 지금은 아니다. 취업부터 쉽지 않고 일을 구한들 월급으로 집을 사는 건 턱도 없다.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정도로 집값이 비싸다.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그 결과 평균 초혼연령이 30대를 넘어섰다.(20대에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니면 애초에 그 둘을 아예 단념하는데, 심지어는 날이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계층이 높은 이들은 아이를 많이 낳을까?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을수록 혼인율이 높은 건 맞다. 사회계층 분포를 피라미드 형태로 볼 때, 위로 올라갈수록 거의 대부분이 결혼을 한다. 반대로 아래로 갈수록, 돈이 적고 지위가 낮을수록 결혼을 하는 비율이 적어진다. 아이를 키울 돈이 없어서다.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혼전임신이 드물다. 결혼을 안 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니 아이도 낳지 않는다. 그런데, 계층이 높은 사람들이 결혼은 많이 하지만 아이는 적게 낳는다. 아이러니한 건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돈이 없는 사람들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상류층과 하층이 아이를 낳지 않는데 중산층마저 부동산 문제로 결혼, 출산, 육아에 곤란을 겪고 있다.
둘째, 일자리 문제가 도시국가 문제를 악화시켰다. 일자리와 경력을 위해서 젊은 세대는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수가 도시의 인구수용 정도를 넘어서면서 주택 문제가 불거졌다. 인구에 비해 집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서울에 밀집해있어서 지방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가야한다. 지방 생활에는 제약이 많다. 능력 있는 사람들과 중요한 시설들이 모두 서울에 있다. 예술을 하려면, 창업 하려면,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도시로 가야 한다. 서울에 직장을 두면 지방에서 출퇴근하는 건 힘들다. 20대의 서울 유입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거주지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 이들을 수용할 거주지는 부족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지방으로 가자니 기회가 없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은 전부 서울에 있다. 도시로 올라와서 일하고 살지만 돈이 없어서 집을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출산과 육아는 버겁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간접적인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먼저, 첫 번째로 간접적인 방법이다. 지하 도로를 뚫어 새로운 교통수단을 구축해 도시국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건축가 유현준이 지하로 물류와 운송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발상을 얻었다.) 뜬금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도시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다. 출산율도 해결할 것이다. 천천히 뜯어보자. 도시국가 문제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방 분권화는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다. 이는 한국의 지방 국립대학들을 서울대로 만들자는 제안과 같다. 그건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 힘을 잃는 건데 이를 기득권 세력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다. 지방분권화도 비슷한 이유로 불가능하다. 도시국가의 운명은 한국이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오히려 이를 이용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수도권 주위로 모여드는가? 일자리와 인프라가 수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근방으로 거주지를 형성하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 가장 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출퇴근 하는 게 버거운 이유는 그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전역으로 연결되는 지하 도로를 뚫어서 새로운 교통수단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하에 전국으로 이동 가능한 초고속열차가 있다고 보면 된다. 서울에서 아무리 멀어도 1시간 내외로 도착이 가능하다면 서울에서 일하고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일이 껄끄럽지 않아진다. 굳이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어지고 지방에서 살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서울로 오고가면 된다. 지방은 거주지 역할을 해서 인구가 전국으로 흩어지고 서울은 그 역할과 중요성을 잃지 않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지하 도로를 뚫는 사업으로 여러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된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부터 이와 비슷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한국은 이런 아이디어를 유리하게 이용할만하다. 파리가 혁신의 도시로 불린 이유는 처음으로 수도 시설을 구축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지하를 뚫으면서 일자리도 많이 생겼었다. 안전한 식수를 파리 시민들이 마시면서 전염병이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혁신이 일어났다. 지하도로 사업을 성공시킨다면 한국은 앞서는 혁신 국가가 될 것이다.(인터넷 강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지하도로 사업으로 잃는 사람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방해하는 세력도 생기지 않아 모두가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된다.
두 번째는, 정부가 출산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현재 출산 지원금 제도가 있긴 하다. 지역마다 지원금이 다르고 많이 낳을수록 돈을 더 주지만 애초에 그 액수가 적다. 돈을 더 지급해야 한다. 분유값, 기저귀값, 옷값이면 받은 돈은 금방 다 쓴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 자질구레한 다른 출산 정책 예산들을 모두 출산 지원금으로 돌리면 예산금 걱정은 필요 없다. 오히려 남는다. 하나를 낳으면 최소 200만 원. 그 이상은 150%씩 추가 지급한다. 시골 가정에 지원금을 더 주고 인구가 적은 곳일수록 그 금액이 많아진다. 돈 먹고 거주지를 옮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돈을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연금처럼 달마다 나눠서 지급한다. 신혼부부들에겐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만큼 도움이 되는 건 없다.
호주 개척 시대에 영국 정부는 호주의 인구가 늘었으면 싶었다. 호주에 건물을 짓고 산업을 굴릴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호주로 거주지를 옮기는 자국민들에게 이주금을 주기로 했다. 호주에 남자보다 여자 인구가 매우 적어서 미혼 여성에게는 추가금을 지급했다. 그러자 호주 인구가 대폭 늘었고 성비가 균등해졌다. 한국 정부는 여러 출산 정책들을 펼쳤지만 별효과가 없었다.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정부는 15년간 300조 가량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십 년째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한해에 출산되는 아이가 3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출산 장려 정책으로 뭐가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정부는 차라리 가정에 도움이 되는 가시적인 지원을 하는 게 낫다. 현실적인 도움은 돈이다.
이런 말이 있는데 ‘살기 좋아지면 알아서들 애를 낳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결국은 사회가 살기 좋아져야 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살기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살기 좋은 사회의 정의도 모호하다. 한국은 기대수명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데도 출산율만큼은 최저다.)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 둘은 인생의 의미를 초월하는 무언가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군들이 가장 갈망했던 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 낳는 걸 가장 먼저 했다. 베트남 전쟁 때는 많은 미군들이 마약을 했는데 이들이 사회로 돌아오면 많은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국민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정작 사회로 돌아온 이들은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 가족에게로 돌아온 이들은 정서적 안정을 되찾은 덕분에 더 이상 마약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요즘 독신이 유행하고 있다.(그들은 비혼주의자로 불리길 좋아한다.) 결혼을 감옥살이로 빗대어 말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이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혼자 사는 20대, 30대가 정말 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30대 후반쯤 되면 이들은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밥상에 혼자 앉아 식사하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진다. 40대, 50대가 되서 결혼을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 그들의 후회 뒤에 남는 건 때늦음이다. 그땐 아이를 가질 수도 없다. 혼자서 외롭고 쓸쓸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건 고독하다. 힘들 때 도움을 주는 건 다름 아닌 가족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을 곳은 바로 가정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출처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사라진다"…작년 합계출산율 0.81명 '세계 최저'
Population (2006 to 202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