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특히 밤에 하는 것이 즐겁다. 나는 그 느낌을 냄새로 기억한다. 밤에는 풀냄새와 공기 냄새가 우거지듯 짙어진다. 산책로를 걸으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면 진득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진 골목, 멀리서 보이는 야경, 산책하는 사람들. 밤의 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든다.
산책을 하고 있으면 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즐겁다. 두 발로 걷고 눈으로 직접 보고 밤공기를 마시고 머나먼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나는 세상과 가까이 있음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낮은 정신없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차소리가 세상을 뒤덮는 것 같이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밤은 고요와 침묵으로 비어있다. 그래서 사색으로 채울 수 있다.
밤에 산책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다. 여러명씩 모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여유로워진다.
나는 메타버스와 VR에 회의적인 편이다. 오감으로 직접 느낄 때 사람은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세계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이유이기도다. 장대한 풍경은 사진으로 그 느낌을 온전히 전할 수 없다. 직접 봐야 한다.
미래에 가상의 세계가 현실 세계보다 우세해질지라도 나는 바깥으로 나가 산책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