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과몰입은 재능일까, 위험일까

맞추면 천재

by 고민베어 이소연


방탄커피를 마신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신세계였다.

과잉몰입이 터져 슈퍼맨 같았다.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싶은 순간이 계속 이어졌다. 머리는 또렷했고, 에너지는 끊기지 않았고, 하루 종일 불도저처럼 일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달려도 아무 문제 없는 줄 알았다. 솔직히, 내가 천재가 된 기분이었다.


집안에 고지능 유전자가 있어서 늘 비교하며 자랐기 때문에 그 ‘잘 돌아가는 뇌’의 감각은 더 짜릿했다.


문제는, 멈출 줄 몰랐다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처음엔 목 뒤가 뻣뻣하더니, 통증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다리를 절며 걸었다. 태어나 처음 맛 본 빠른 뇌를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그 상태에서도 운동을 계속했다.


골반이 굳는 느낌, 다리가 저리고 뻣뻣해지는 감각.

......


아, 뭔가 잘못됐다.

한의사 선생님은 몸 전체에 아주 가느다란 긴 침을 놓았고,(근육이 배배 꼬이듯이 아팠다) 배 쪽에서부터 올라가 마지막으로 목 뒤에 침이 들어갔다. 가느다랗지만 아주 높게, 피가 솟구쳤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고, 한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쉿” 하더니 침착하게 정리하며 말했다.


많이 급해요? 좀 쉬면서 일해요. 인생 길어요.

하루만 더 저 상태로 갔어도, 정말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잉몰입은 잘 된다고 마구 쓰면 안 된다.

반드시 1–2시간에 한 번은 멈추고, 호흡하고, 신경계를 가라앉혀야 한다.


과몰입은 선물이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폭탄이 된다.


그 후에도 체하고, 어지럽고, 두통이 잦고, 잘 토했다. 위내시경, 이석증 검사, 자궁검사, 유방검사... 검사란 검사는 다 해봤다. 혹시 피가 부족한가 싶어 병원에 가서 피검사도 했다. 철분 링거라도 맞을 생각이었다.


중년을 훨씬 넘긴, 경험많은 의사 선생님이 한참 결과를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밥을 잘 챙겨드세요.
철분은 넘쳐나요.
힘드시면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시는 게 좋아요.”

하하하;;; 민망함에 크게 웃었다. 밥 안 먹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줌마가 된 기분이었다.


웃픈 건,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 소화기 문제는 정말 흔하다는 사실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IBS) 위험이 약 1.6배 높고 기능성 소화불량, 만성 변비, 설사, 복통, 가스 문제 비율도 높다.


그러니까 이걸 “너 멀쩡한데 예민한 거야”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큰 병은 없지만, 장–뇌 기능이 유난히 예민한 타입.





도파민 조절 문제는 결국 장과 연결된다. 그래서 의사 말대로, 밥을 잘 먹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이었다.

한식 위주로 먹고, 이노시톨과 낙산균을 챙기고, 신경계를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는 것.


그렇다고 심리적인 문제를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심리상담사고, 박사 과정까지 밟고 있다. 이 분야에 쓴 돈도 시간도 적지 않다. 이제 곧 런칭할 프로그램도 기능을 베이스로 결국은 심리적인 면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출발점이 ‘성격’이나 ‘의지’가 아니라 기능적인 과부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요즘 연구에서도 많이 이야기한다. 우울과 불안, 집중 문제의 상당 부분은 ‘마음’보다 장과 신경계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그러니 순서를 바꾸자는 거다. 비싼 상담을 시작해보기 전에, 먼저 몸이 버티고 있는지부터 점검하자.


밥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ADHD의 과잉몰입은 잘 쓰면 추진력이지만, 조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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