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에서 벗어난 뇌들은 어디로 가는가

신경다양성인이 힘을 받는 시대

by 고민베어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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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성향의 일론 머스크가 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신경다양성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에 대한 책을 읽었다. 병원에서 자폐 아동을 치료할 때 왜 유독 고학력자 부모가 많았는지, 그게 단지 내 느낌이 아니었는지에 대한 확인사살 같은 책이었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뇌 유형은 발명과 부의 축적이라는 면에서 큰 자산인 동시에, 자녀가 자폐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관련될 수 있다. 일화적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330개 가문 중 27개(8 퍼센트) 가문에 자폐인 자녀가 있다.

MIT 동문회장을 역임한 브라이언 휴즈가... 동문 자녀의 자폐 발생률이 일반 인구에서 보고되는 1~2퍼센트가 아니라 무려 10퍼센트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인) 아인트호벤에서는 어린이 1만 명 중 229명이 자폐 진단을 받았다... 자폐는 아인트호벤에서 2배 이상 흔했다.

-'패턴시커:자폐는 어떻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나' 중






나는 오래전부터 막연히 느껴왔다.

이상하게도 ADHD나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 곁에는 깊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 사고가 깊은 사람이 많다는 걸. 그리고 이들은 늘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왔다. 평균을 잘 따라가지 못하다가, 한 번 구조를 붙잡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으로.


이들은 흔히 ‘사회성이 부족하다’,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EQ가 높아야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그래야 정상적인 삶을 산다는 기준 안에서 보면 늘 어딘가 어긋나 보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조금 다르게 보면, 이들은 EQ보다 SQ, 체계화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다. 사람의 감정을 빠르게 읽고 적절히 반응하는 능력보다, 세상을 하나의 구조로 이해하고, 패턴으로 연결하려는 힘이 더 강하다.


평균을 지향하는 교육과 사회에서는 이 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물처럼 취급된다.


학교에서 공식을 가르쳐주면 '왜' 이렇게 만들었냐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선생님들은 “왜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냐”, “그냥 하는거야, 외워”하며 미워하고 밀어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자존감은 바닥나고, 우울과 무기력에 갇혀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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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극적인 예가 일론머스크다. 일론머스크의 두꺼운 전기를 펼쳐들고서, 신경다양성인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하고도 파괴적인 사례를 나는 숨가쁘게 읽어내려갔다. 평균과 안정을 지향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온 몸으로 부딪혀 싸워가며 리스크를 탐하고 반전을 만들어내며 극도로 도파민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영웅서사다.


일론머스크처럼, 평균의 교육시스템에서 겉돌다가도 이런 사람들은 끝내 다시 학문으로, 연구로, 시스템으로 돌아온다.


“이게 어떻게 연결되는가”

“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가”


를 이해하면서 안정을 느끼는 뇌이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ADHD의 많은 어려움은 ‘의지 부족’이나 ‘관리 실패’가 아니다. 구조 없는 환경에서 과부하가 걸린 결과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내 삶의 많은 문제를 ‘나의 결함’으로 이해해왔다.

집중하지 못하는 나, 식단을 유지하지 못하는 나, 폭식과 극단을 오가는 나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문제는 나의 뇌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구조가 없었다는 데 있었다.


식사도 마찬가지였다. 즉각적인 도파민에는 반응하지만 장기적인 균형을 유지할 구조가 없을 때, 이 뇌는 음식으로 버텼다. 폭식은 실패가 아니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방식이었다.






평균을 목표로 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뇌가 고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조를 허용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된다.


AI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얼마나 빨리 외우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어떤 구조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평균에서 벗어난 사고 방식이 오히려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이제야 나는 이해하게 됐다. 내가 왜 늘 구조를 찾고, 시스템을 만들고, 기준을 세우려 했는지.

이 뇌는 망가진 게 아니라, 맞지 않는 환경에서 오래 버텨온 뇌였다. 그리고 지금도, 조금만 맞는 구조를 만나면 충분히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뇌였다.


이 깨달음 이후로 나는 나를 고치려 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구조를 설계하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

그 선택이 삶을, 식사를, 관계를 조금씩 안정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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