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바보 천치들이 또 있나
개인적인 글 작업하느라 (개인적인 작업인데 남편이 3할은 한 듯, 개고생 했다 남편아.) 삼 개월 정도 잠수하고 하루 쉬고 올라왔다. (하루를 쉰 건지 애들 뒤치다꺼리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런칭한 쿠키 온라인이 터져서 입에서 피 냄새날 때까지 육체노동했다. 5월에 에어컨 켜 본 게 내 인생 역사 중 처음.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다음 작업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벌써 결혼이 10년 차, 사업자 낸 지 7년 차다.
장사를 사업으로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는데, 4년은 정말 길바닥 장사만 해봤고 2년은 다시 처박혀 애 낳고 몸 회복하느라 제자리걸음 했다. 제대로 브랜딩 시작한 지 만 1년이다. 깡시골에서 매장 운영하면서 오프라인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지역적, 문화적, 위치적 한계, 그리고 인구수의 한계.
장사, 그리고 뻔뻔함과는 거리가 먼 태생적 쭈구리라 고객들의 요구사항 다 들어주다 보니 사업도 쭈구리가 되어갔다. 제일 중요한 것을 몰랐다. 장사하다 보면 뻔뻔함도 생길 줄 알았고 요령도 생길 줄 알았는데, 나는 안 변했다. 나는 여전히 고객의 한 마디에 쭈그러들었고 불만사항을 없애는데 집중하다 보니 남는 것은 없었다. 계속 손해보고 유지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내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얘기하면 참 추상적이다.
직관적으로 얘기하면 우리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에 비해 이윤이 없다. 너무 정직하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낮은 판매 가격에 높은 원가의 재료들을 사용하고, QC(Quality Control)를 위해 사용하는 테스트용 재료들의 비용이 너무나도 높다. 매장과 식품들의 질을 유지하려 쓰는 비용에 비해서 시장이 너무 좁고 판매량이 낮다는 것이다. 이윤없이 운영하는 봉사형 매장이다. (교회나 대학교 안의 커피 매장 같은.) 매년 치솟는 인건비, 재료비, 운영비는 뭐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작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 '남으니까 장사하겠지'라는 생각에 요구사항만 늘어간다. 왜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냐, (최소한으로 유지 가능한 매출구조를 만들기 위해 테이블을 없앨 수밖에 없었다.) 왜 이제 테이크아웃 할인은 안 해주냐. (원두 가격이 2.5배 상승했다. 우리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할인을 없앴다.)
사실 카페 운영하시는 우리 고객사분들을 보면 안쓰럽다. 얼마나 노력해야 그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고, 그리고 거기서 남는 이윤이 생각보다 정말 적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은 원 플러스 원 보너스 상품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매 원두 가격도 못 올렸다. 생두 가격이 150% 상승했는데, 원두 가격을 5% 올렸다. 그것도 1년을 넘게 버티다 이번 주부터. 우리는 땅 파서 장사하나 보다.
이건 번외인데, 한 고객사는 매출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건물주라 임대료가 없는 고객사다.
미친 듯이 상품 개발하고 홍보하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이윤이 적은 것을 경험해 본 대표님은 지역의 지원사업을 끌어오고, 전시 같은 임대수익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음료만 있어도, 많은 인력이 없어도 같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매출은 다르지만 수익은 같다.
아주 단순화하면 이렇다. 1000만 원어치 노동해서 200만 원 수익 낼 바에, 처음부터 200만 원만 벌고 일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꾸어야 했다. 우리 사업 방식을.
물건 팔아서는, 우리는 절대로 먹고살지 못한다. 사업하면서 이윤추구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당연한 원리인데, 남편과 나는 너무 도덕적인 인간들인 건지 이윤추구를 무슨 부끄러운 행위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몇 년 버티면 우리가 바뀔 줄 알았는데 안 바뀐다. 심리학 그렇게 공부해놓고 몰랐다니.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브랜딩을 시작했다.
메시지를 팔기 위해서.
어차피 변하지 않는 우리의 신념, 우리의 정직을 팔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머리가 빠개지는 중이다. ㅋㅋㅋㅋㅋ 브랜딩이란 게 정말 추상적이고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딩 컨설팅해준답시고 로고 만들어주고 온오프라인 디자인 몇 개 해주고 빠진다. 사실 그것도 엄청난 작업이기는 하다. 우리도 1년 가까이 걸렸으니까. 뭐 고객들이, 특히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브랜딩 하셨네요? 어디 업체랑 일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 것 보니 그런대로 잘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진짜 브랜딩은 물리적인 것이 다가 아니다.
소통이다.
소통. 내가 제일 못 하는 것. 아니 제일 두려워하는 것.
두려워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다 잘해야 한다. 그런데 소통을 완벽하게 잘하는 법은 없다. 소통 자체가 관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좋을 때도 있고 싸울 때도 있고 절교했다가 극적으로 화해할 때도 있다. 그걸 못한다 내가. 다 좋길 바란다. 초반에 그런 이슈로 크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소통하지 않고 엄청나게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극적인 오버액션을 가미했더니 이상한 사람이 됐다. 돈 뜯어 내려고 친한 척하는 사기꾼처럼. 왜 그런 적 있지 않은가.
쟤가 왜 저렇게 나한테 과도하게 잘해주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닐까?
근데 막상 매일 연락하고 만나서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려고 했더니 선 긋더라? 내가 좋아서 그런 것 아니었어?
분명히 뭔가 있어. 나중에 뒤통수치고 돈 뜯어서 사라질지도 몰라.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당기기만 해도 안된다. 적당한 밀당이 필수다. 모든 고객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도 없고, 개인적인 친분이 생기면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렇게 예외가 생기기 시작하면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왜 쟤는 해주고 난 안 해줘?', 서로 헐뜯고 질투하고, 사업은 끝이다.
그렇게 수년간 해온 시행착오를 토대로 다시 소통의 장을 열어보려고 한다. 솔직히 무섭다. 그래서 남편과 나 모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하지만 잘하고 싶다. 지금은 6년 전과는 다르다. 협업할 인재들도 많고, 그래도 이만큼 성장한 우리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시선들도 많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또 밤샌다. 어제 우린 서로 마주 보며 그랬다.
아니 대체 왜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
모르겠다. 그냥 이게 더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한다. 우리는 땅 파서 장사하는 법밖에 모르는 바보들이니까. 그래서 장사 그만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