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팝니다. 카페 인수가 아니고요.
정말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카페로 운영 중인 쇼룸을 닫는다.
사실상 우리 카페는 팝업스토어 같은 개념으로 시작했다. 브랜드에서 홍보를 위해 서울시내 한복판에 여는, 수익이 목적이 아닌 홍보채널과 같은 매장 말이다.
그런데 너무 길었다. 길어도 너무 길었다. 우리는 쇼룸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지역에 카페가 전무했으므로 쇼룸이라고 하기에는 끝내주게 잘 됐다. 아니, 그건 내가 하던 꽃을 그만두고 운영자로 나서면서이긴 했지만, 여하튼 잘됐다. 그래서 잊었다. 이 공간이 쇼룸인 것을. 홍보채널이었던 것을.
잘 되고 사람을 많이 쓰고 기분 좋은 기억이 총총 박혀있으면 미련이 남는다. 어떻게든 전성기 시절을 되살려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우리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나고 전국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적은 이 시골 도시에는 카페가 130개 정도 생겼다. (22년 8월 기준)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어 한다. 기존 고객을 1/100로 나누어보라. 매출이 반토막 나도 잘한 거다.
코로나와 동시에 임신이 찾아왔다. 끔찍했던 입덧부터 산후 3개월까지 쇼룸을 한 번도 못 들여다봤다. 그래서 1년 반을 질질 끌었다. 온라인을 완전히 안정화하기 위해 그 후 또 10개월이 흘렀다. 드디어 닫는다. 공간에도, 물건에게도 애정이 없는 내가 왜 이렇게 질질 끌었나 싶다. 온전히 내 사업이었다면 빠르게 정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잘 되던 꽃은 하루아침에 접었는데 말이다.
온라인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한 개념이므로 시끌벅적하게 닫는 중이다.
"여러분, 우리 문 닫아요! 마지막으로 아메리카노 1900원! 귀여운 쿠키도 선물드리고 물건도 거저 드려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시고 찾아오신다. 대체 왜 없애는 거냐고. 다시 한번 더 느꼈다. 이 작은 도시는 카페로 포화상태구나. 80여 개의 카페를 하루에 한 번만 가도 3개월이다. 그리고 이 분들 때문에 우리가 쇼룸을 놓지 못하고 있었구나.
여운이 남지만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다시 처음과 같이, 온라인화 된 커피사업은 남편이 운영한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졌다. 2천만원 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이 이만큼 커졌으니까) 그리고 나는 온전히 내 삶을, 내 공부를, 내 사업을 위해 다시 준비하고 있다. 내가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내 가치와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악다구니로 이만큼 성장시킨 게 신기할 정도다. 꽃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했던 것처럼,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일을 하고자 한다. 카페 운영만 중단했지, 건물은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기에 2층짜리 개인 사무실이 생겼다. 신난다!!(라는 역설법. 하루빨리 건물 팝니다.)
집안 분들 눈치 봐가며 콘텐츠 만들고, 글 쓰는 것도 이젠 힘들다. 수익구조 쥐어짜지 않아도, 내 이야기, 내 사업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하면서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통제하고 내가 운영하는 일을.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교회에 가서 간증은 하면서 나의 아팠던 과거,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치욕스러워한다. 그것들을 온전히 극복하고 뛰어넘었다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장의 마지막 단계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내 목표다.
공부할 거리를 잔뜩 벌여뒀다. 돈이야 있어야 하는 만큼만 있고 필요하면 또 생기더라. 필요 이상으로 생기는 법은 없다. 그것은 젊음에게 독이 되니까. (라고 하면서 시험 준비를 앞두고 느닷없이 글을 쓰고 있다. 공부하려면 재밌는 게 참 많아지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