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다.
이번 회사는 3년은 다닐 줄 알았는데. 의도치 않은 계기로 3년도 못 채우고 나오게 됐다.
용하다는 사주며 신점을 그렇게 봤는데, 아무도 이건 못 맞혔다.
삶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방증이다.
신도, 귀신도, 통계도 내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오로지 나만이 내 삶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얼마 전, 영화 <탈주>를 봤다.
이제훈 배우가 연기한 '임규남' 캐릭터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내 앞 길 내가 정했습니다. 마음껏 실패하러 가는 겁니다."
내가 있는 곳은 북한이 아니니, 언제든 마음껏 실패할 자유가 있다.
근데 문제는, 너무 실패만 한다는 거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모든 계획이 다 세워져 있는데.
실제로 실행되는 건 계획한 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된다.
실패를 많이 하면 익숙해지지 않느냐고?
전혀.
무뎌질 것 같은, 반복되는 실패도 여전히 큰 상처가 된다.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인생.
실패가 반복될수록 내 존재의 가치가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퇴사를 계획하며 세운 계획들이 많다.
나는 무엇을 위해 자꾸만 계획을 세우는 걸까?
100의 99는 실패하고, 패배의 아픔을 겪을 텐데.
100의 1, 그 희박한 확률의 기적을 원하는 걸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
어느덧 서른이 된 지도 1년이 흘렀는데.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인생이다.
어쨌든, 내 퇴사는 결정됐다.
새로운 도전의 계획도 세웠다.
그러니 일단은 그 길을 걸어 나가볼 거다.
도중에 넘어지고, 다치고, 흉터가 남는다 해도.
희박한 확률이나마, 내게 도달할 기적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