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아짐‘이란 견딜만한 지옥일지도

by 선선

준비하는 것이 있다.

이번달로 1년째를 맞이했다.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분야이기에 마음 한켠에 탈출구를 만들어 두었다.

하다가 안될 것 같으면 도망가겠노라고.


그런데 자꾸만 나는 나아지고 있다.

그간은 주위의 평가였고, 이제는 정확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행복했다.

단, 10분만.

그 뒤로는 더 큰 수렁에 빠진 상태다.


'나아짐'이란 '성공'을 뜻하지 않는다.

사실, 나아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하지만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나아짐'은 나를 유혹한다.

검은 물이 출렁이는 하수구를 마치 광활한 우주인 것처럼 속인다.

무한한 가능성.

그걸 빌미로 내 목을 틀어쥔다.


이제 나는 벗어날 수가 없다.

이 길이 진창에 나를 빠트리려는 진흙투성이의 계략일지라도.

눈앞에 있는 것이 시궁창일지라도.

지금 내 눈엔 무엇보다 넓고 아름다운 우주처럼 보인다.


손에 쥐기 위해서는 온몸이, 폐가, 뇌가 찌그러질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아간다.

나에겐 돌아설 수 있는 힘이 없다.


지옥이란 걸 안다.

하지만 견딜만하다.

나가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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