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FW Celine 패션쇼 분석

에디의 고집

by 로랑씨

2020년 이른 봄, 2월의 앵발리드에는 다시 한번 에디 슬리먼의 바람이 불었다. 장발과 풀 뱅의 앞머리 그리고 스키니 한 실루엣.

에디 슬리먼의 마네킹들이 새로운 바람과 함께 앵발리드의 런웨이를 걸어 나갔다.
보헤미안 감성의 악세서리와 부츠컷 팬츠, 과도한 라펠과 리본 달린 셔츠로 6,70년대의 클래식한 무드를 재현해낸 에디 슬리먼은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나는 에디 슬리먼이다.’라는 각인을 심어주었다.

70년대 파리지엔느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푸시 보우와 버뮤다 팬츠를 이용해 선보인 젠더리스 룩. 빅 리본 셔츠, 과하게 파인 슬리브, 벨벳과 데님 부츠컷 팬츠 모두 젠더리스 룩

빈티지 가죽 자켓과 조금은 댄디한 코트, 수를 놓은 드레스, 어머니의 액세서리에서 꺼내온 듯한 악세서리는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주는 선물 하였다.


# 2020 FW Celine 쇼 분석
이번 20FW 시즌의 쇼에서 에디는 100개가 넘는 착장을 선보였다. 보통 한 쇼에서 선보이는 착장이 40~50개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그와 디자인팀의 넘치는 아이디어를 20분 넘게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되물어 본다.
나는 감히 이번 셀린의 20FW 쇼는 생로랑 13FW와 필적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미장센이 이루 어진 쇼였다고 말하고 싶다. (항상 그렇듯 생 로랑의 꼬리표는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가 생 로랑에서 보여줬던 쇼는 완벽한 쇼였으니.)

*런웨이라 하면 룩의 구성과 디자이너가 쇼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외 에도 BGM, 무대 세트의 구성, 모델들의 걸음걸이 등등 쇼를 구성하고 있는 미장센들이 정말 중요하다.

Saint Laurent 13 F/W HOMME
에디는 명실상부 락시크와 보헤미안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그가 그간 꾸몄던 무대를 보면 그 이 유를 단번에 알 수 있는데, 그의 수많은 쇼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단연 13FW 시즌의 생로랑 쇼를 꼽겠다. 생로랑 13f/w에서 그는 웨어러블 한 옷들을 레이어드 하여 보헤미안 무드를 연출함과 동시에 슈퍼 디스진을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또한 Ty Segall의 락음악을 틀어 완벽한 무대 미장센을 연출하며 이 미장센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락시 크란 이런 것’이라고 모두에게 당당히 선언하였다.

이번 셀린 20 f/w 에서 또한 그의 변치 않는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Sofia Bolt의 프렌치 락 How many fucking dreams must I have about you 가 흘러나오는 런웨이 위 모델들의 워킹, 착장의 실루엣 그리고 무대 구성은 마치 락밴드 롤링스톤즈의 공연을 떠올리게 했다.

한 가지 더 이번 시즌에 눈여겨봐야 할 점은 옴므 라인과 팜므 라인을 합쳐 쇼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셀린은 에디 슬리먼의 영입과 동시에 옴므 라인을 새롭게 론칭하여 옴므와 팜므 라인을 나누어 쇼를 진행해 왔으나 다시 두 시즌만에 이를 통합한 런웨이를 보여주었다. 경제적인 측면에 의한 합병일 것인지 혹은 젠더리스 트렌드에 맞춘 옴므 팜므의 결합 일지는 기다려봐야 하겠다.


# 에디 슬리먼의 뉴 셀린
에디는 셀린의 첫 시즌부터 부츠컷을 꾸준히 선보였는데, 이 룩을 통해 그는 대중에게 “이게 나의 새로운 세상이야”라고 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가 그의 세상을 소화하긴 쉽지 않겠지 만.) 에디 슬리먼이 장악했던 생로랑의 심볼이 극악무도한 스키니진이었다면, 셀린의 새로운 심볼은 슬림한 실루엣의 부츠컷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피비 파일로의 팬들은 여전히 그녀의 ‘올드 셀린’을 그리워하고 있지만 에디 슬리먼은 그들에게 보 란듯이 외친다. 이것이 너희들이 사랑하게 될 ‘뉴 셀린’이라고.
절대적으로 편하지 않은 옷들과 과도할 정도로 정직한 실루엣은 에디 슬리먼 그 자체이며 뉴 셀린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어가고 있다.
현시대의 패션 주소는 편안함을 추구함에 있으며 과장되지 않은 실루엣, 미니멀함 속의 디테일이다. 하지만 에디 슬리먼은 우리에게 코웃음이라도 치듯 불편하고 과 도한 실루엣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에디 슬리먼은 칼 라거펠트와 닮았다. 칼은 살아생전 샤넬과 펜디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20년 넘게 유지하면서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에디 또한 락시크라는 자신만의 틀을 잃지 않은 채 클래식 무드를 섞어가며 유행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가고 있다. 이 측면에 있어서 둘은 정말 천재성을 지닌 디자이너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 에디 슬리먼을 싫어하는 이들은 그의 옷이 디 올에서부터 생로랑 그리고 셀린까지, 항상 똑같다 라는 혹평을 쏟기도 한다. 사실 이 말에도 어느 정 도 일리가 있다.
나 조차도 셀린의 첫 시즌만큼은 생로랑 그 자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 후에 보여준 에디의 행보는 그의 색으로 셀린을 물들였다 정도로 얘기하면 될 것 같다.


에디 슬리먼과 같이 자신의 색이 뚜렷한 디자이너는 Grand maison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에디라면 많은 스폰서가 붙지 않겠는가? 나와 같은 에디 슬리먼의 추종자들이라면 그의 독립 소식을 듣자마자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배를 들 것이다.


사진출처 Vogue.fr
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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