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바칼레로의 섹시함
2020년 2월 25일 늦은 밤 파리에서는 수많은 셀럽과 모델들이 모여 에펠탑 주위를 별처럼 밝혔다.
8,90년대 생로랑 히브 고슈의 클래식 부르주아 무드를 담아낸 아우터와 셔츠에 라텍스 소재의 하 의를 매치한 관능적인 룩은 보는 이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딱 달라붙는 라텍스 레깅스에는 볼드한 컬러와 칼날 같은 라펠의 재킷을 코디하여 자칫하면 과할 수 있던 섹시함을 클래식함으로 잡아주며 완벽한 밸런스를 완성하였다.
풍성한 타이 보우와 목을 휘감는 리본들은 고급스러운 멋을 한껏 더해 주었다.
버뮤다 팬츠와 클래식한 재킷 그리고 과감한 타이 보우는 현 클래식 룩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2020 FW Saint Laurent 쇼 분석
안토니 바칼레로의 생로랑은 섹시하다는 말 그 이상으로 섹시하다. 20FW 쇼에서 역시 그는 우리 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쇼는 모든 것이 암흑으로 뒤덮인 무대에서 시작되어 하나 둘 워킹을 시작하는 모델들에게 조명을 집중하며 관객들에게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한 긴장감을 선사하였고 무대 구성만으로도 이미 섹시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1960년대 흑백영화가 떠오르는 무대와 배경음악, 섹시하면서도 시크한 착장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장악해 나갔다.
20FW 생로랑은 현 트렌드의 대표 격인 클래식 무드에 파격적인 소재인 라텍스를 사용하여 다른 브 랜드와의 차별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안토니 바칼레로는 라텍스가 새로운 데님일 것이며 섹시하고 위험하다고 말한다.
몸에 달라붙는 라텍스 소재의 특성을 고급지고 관능적으로 풀어낸 그와 팀들의 노력과 천재성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대놓고 섹시함을 드러내는 라 텍스 소재 위에 편안한 핏의 오버사이즈 재킷을 매치하여 반대되는 느낌을 주었지만, 재킷의 칼 날 같은 라펠 또한 ‘나도 섹시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쇼에서 보여준 착장들의 소재뿐만 아니라 색상 역시 눈 여겨 볼만한데 핏빛 레드, 바이올렛, 핑크, 블루 등 볼드한 컬러의 바리에이션으로 우리의 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현재의 생로랑 그리고 중심의 안토니 바칼레로
2016년 에디 슬리먼이 떠난 생로랑의 빈자리는 안토니 바칼레로라는 벨기에의 디자이너가 맡게 되었다.
그가 생로랑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보여준 행보는 생로랑 팬들에게 에디의 빈자리를 느끼 지 못하게 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는 벨기에 패션학교 출신 디자이너들과 다르게 웨어 러블 한 감성을 지닌 것도 그만의 차별점이다.
*안토니 바칼레로는 벨기에의 패션 미술학교 La cambre 출신의 디자이너이다. 2006년 이에르 국제 페스티벌에서 대상 수상 후 Fendi에서 일하며 칼의 곁에서 배움을 이어 나갔다. 2015년에는 베르사체 메인 디렉터에 부임. 2017년 생로랑에서 자신이 지휘한 첫 쇼를 선보였다.
2020 Saint Laurent FW pour Homme
2020 SS 옴므 말리부 쇼를 기점으로 생로랑 팬들은 에디가 떠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칼레로에게 열렬한 사랑을 보내고 있다.
에디의 뒤를 이어 생로랑의 보헤미안 감성과 섹시함을 바칼레로만의 방식으로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대해 얘기할 때 무대 구성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 SS 말리부 쇼의 무대는 환상 그 자체였다. 당장이라도 자유를 향해 떠날 듯한 보헤미안 룩과 야성적이며 자유로운 말 리부의 해변은 우리에게 자유를 보여주었다.
2020 Saint Laurent S/S Prêt à porter
2020 FW 팜므에 앞서 에펠탑에서 진행되었던 20SS 팜므 쇼 또한 화려한 조명과 무대가 환상적인 쇼였는데 매 시즌 그의 능력에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토니는 시즌마다 옴므와 팜므 라인에 맞는 차별화된 극강의 섹시함 그리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감각으로 새로운 생로랑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팬들에게 ‘이것이 섹시함이다’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는 옷으로 말하지 않겠는가?
안토니 바칼레로의 룩들을 보면 그가 젠더리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팜므 라인에선 편안하고 카리스마 있는 재킷들로 기존의 남성라인에서의 룩들을 구성하고 반면 옴므 라인에서는 시스루 셔츠, 블라우스 그리고 드리핑된 치마와 바지로 기존의 여성라인에서 볼만한 룩들을 구성하고 있다.
나는 젠더 구분을 없애는 그의 철학과 디자인에 찬사를 보낸다. 그의 생로랑은 남녀 라인 구분할 것 없이 과도한 실루엣에서 나오는 섹시함이 아닌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실루엣으로 자신만의 섹시함을 정의한다.
한때 에디 슬리먼이 떠난 생로랑을 걱정한 적이 있었다. 에디가 생로랑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압도적이었으니.
하지만 나의 걱정은 시즌마다 안토니가 보여주는 무대를 통해 보란 듯이 부서졌고 안토니는 자신만의 색깔과 생로랑의 색깔을 융합하여 현재와 미래의 생로랑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자유로우면서도 도발적인 섹시함은 시즌마다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기대할 것이고 그의 유혹에 넘어갈 것이다.
사진출처 Vogue.fr
글 이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