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며칠 전에는 너의 편지를 받았어 여전히 너는 삿포로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 거기에도 여전히 눈이 많이 올까?
편지 겉봉에 쓰인 보내는 이 키코, 네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어 눈이 녹아서 키코, 네가 조금이라도 잉크가 번져 흐려졌더라면 나도 이제는 우리의 대화에서 나온 은유된 구절만큼은 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게 사랑이 아니었으면 무엇이었겠느냐만은,
키키 웃다 보면, 너는 코코 하면서 웃었지 그럴 때마다 네 콧등을 지그시 누르고 싶었어 그럴 때마다 뭉그러진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했어
키코, 네가 삿포로에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나는 자주 울었고 너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내일은 음력으로 모든 게 잊힌 과거라고 말해주었어
그렇다면 잠재적인 미래에 우리는 과거가 되어가고 끝끝내 대과거가 되어서 삿포로의 눈처럼 희게 너무 하얘서 볼 수 없을 만큼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눈이 올 때마다 너의 이름이 간헐적으로 맴돌아
갈라지며 떨리는 이름 안에 들어있는 파열음이 휘발되지도 않고,
나는 혼자 키키 웃었어
키코에게,
나는 여전히 잘 지내 오늘도 네가 있는 삿포로의 북동 바람은 여기까지 닿아
네가 입김을 불어서 닿는 거라고 자주 생각했었어 이미 내 뺨은 부르튼 지 오래야
삿포로에서 너는 희고 맑은 눈밭에 멍든 마음을 다 덮어두었을까? 여기는 그렇게 눈이 많이 오질 않는데
이 답서가 너에게 닿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보내는 이가 되어 있겠지 더 이상은 삿포로에서 입김을 불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지막으로 네가 키키 웃는 걸 보고 싶었어
언젠가 키코, 너처럼 떨리는 파열음으로 안녕을 말하고 싶었어
안녕 키코,
당신의 파열음, 나의 울음이 같은 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