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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나 Sep 21. 2024

손에 꽉 쥐어진 인형들


  중환자실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진기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침대를 둘러보면

"아니, 할아버지 인형 안고 자요? 그것도 이렇게 귀여운 곰돌이 인형을...."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곳곳에 놓인 인형들, 혹시나 외로워할까 봐 할아버지, 할머니 환자들에게 보호자가 인형을 두고 갔을까? 어린 환자의 경우 그런 적도 봤지만, 우리 병동에서는 간호사들이 보호자들에게 요청한다.

"부드럽고, 말랑한 인형이나 수면양말을 가져다주세요."



  이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움직이지 못한다. 의식이 없어서 부동의 자세로 있거나, 움직이지 말아야 해서 몸이 고정되어 있다. 어느 이유에서든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생긴다. 2시간마다 간호사가 자세를 바꿔주긴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짧은 시간 내에도 어딘가에 눌리거나, 어딘가에 마찰되거나, 어딘가에 압박되면 일반인보다 쉽게 상처가 나고 살이 곪는다. 환자의 보호자로 있어봤다면 흔히 들어봤을 '욕창'이 바로 이러한 연유로 생긴다.



인형도 환자가 스스로 누르는 힘에 의한 욕창(상처) 또는 습진을 막고자 함이다. 여러 군데에 적용할 수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 환자 옆구리에 껴있는 인형은 환자의 팔꿈치 끝이 옆구리를 누르는 걸 방지하거나 환자의 팔이 몸통에 딱 붙지않게 공간을 주는 역할을 한다. 



어떨 때는 환자 손에 인형이 들려있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이 그냥 손을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손톱에 손바닥이 파일 정도로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손톱에 패인 상처를 발견했을 때는 소독을 하고 쿠션감이 있는 폼으로 감싸보았었는데 센 손가락힘에 폼도 파이거나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래서 드레싱과 함께 인형이나 둥그렇게 만 수면양말이 추가되었고, 무의식 중에 힘을 주는 환자에게도 예방적으로 적용하게 되었다.

손에 인형을 쥐고 있다가 침대 난간도 같이 붙잡고 있는 환자의 모습(인형을 던지지 않은 걸 보면 마음에 드시나보다 ㅎㅎ)

 

  중증의 상태와 고비를 맞닥뜨린 환자들이 있는 곳이라 어둡고 적막할 수 있는 중환자실에 이런 귀여운 인형들은 환자에게 힐링을 주는 요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내막은 귀엽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얼른 낫길 바라는 간호사들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인형들이 진짜 요정이라도 되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일까, 삭막하지만은 않은 환자의 침대가 때론 위안이 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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