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DEX Apr 07. 2023

8쪽 <적자생존과 학습지>

도덕책으로 세상에 적응하기.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 適者生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가진 문구. 진화론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내부고발은 절대 하는 거 아니야"

 어린 시절, 나는 늘 도덕 과목을 배우며 도덕적으로 살아야 함을 배웠다. 어른들은 늘 비겁하게 살기보단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게 세상을 사는 방법라고 했다.

 대학교 2학년, 행정학 교수님께선 절대 내부고발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내부고발을 할바에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그곳을 그저 떠나라고 하셨다. 정의는 슬프게도 나를 지켜주지는 않으며, 그게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 배운 세상을 사는 방법과 어른이 되어 배운 세상을 사는 방법은 너무나 모순적이었다.


"어려서 뭘 모르는 거 같은데, 회사의 모든 체계가 선생님과 맞을 수는 없어요"

 " 그만두겠습니다. "

 " 다 선생님을 위한 방침이에요. 회원들이 갑자기 그만둘 때, 선생님 월급을 지키기 위한 방침이라고요 "

 " 저는 지금 버는 것도 다 못써요... "

 " 그럼 저금해요. 뭐가 문제예요?

  선생님이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은데, 회사의 모든 체계가 선생님과 맞을 수는 없어요. 다 그렇게 살아요."


 과거 나는 잠깐 학습지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졸업 전 일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즐거움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습지 회사는 수업보단 영업과 실적이 더 중요한 곳이었다.  

 첫 몇 달은 버틸만했다. 생각보다 내게 재능이 있었던 건지, 내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았고, 4개월 동안 퇴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보통은 선생님이 교체되면 퇴회가 많이 일어남) 심지어 별다른 영업활동 없이, 입사 5개월 만에 실적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퇴회가 일어났을 때,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살아남을 수 없었다. 

 임신 중이던 성인회원분이 갑작스럽게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에선 퇴회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학습지를 그만두기 위해선, 적어도 두 달 전에는 말을 해줘야 하는 게 회사방침이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12월 퇴회를 원한다면 10월 말까지 퇴회를 이야기해야 퇴회가 가능함).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삼신할머니도 아니고 두 달 전에 애가 갑자기 나올 거라 어느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교육청 학원 민원팀에서 2년간 일했던 나는 이 방침이 학원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잘못된 것을 알고 나니, 버틸 수가 없었다.


"도덕책을 놓아버리고"

 이렇게 세상에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도덕책으로 사는 것이, 이 세상에 생존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어떻게 사는 것이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방법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도덕책을 놓아 버리고, 불의와 타협하며 사는 것이 정말 이 세상을 사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리다는 핑계를 삼아, 도덕책이 생존하는 세상이라 믿으며 적응하고 살고자 한다.

 



>> INDEX 사전 UPDATE 완료>>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 適者生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가진 문구. 진화론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 <도덕책으로 세상에 적응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7쪽 <안분지족과 자기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