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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안 Jun 04. 2020

[인터뷰]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당신

새로움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하는 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요즘 난 '일'을 테마로 콘텐츠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의 몰입을 높여주는 아이템을 사진으로 설명하거나 일에 관련한 미디어, 책,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연습의 마지막은 일에 관련한 특정 인물을 인터뷰해보는 것. 나의 경우,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독자들이 받을 좋은 영향력이다. 세상에 보여질 것이라면,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콘텐츠를 통해 좋은 영감을 받아 그의 삶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다. 그런데 '일'을 떠올리자면, 왠지모를 답답함이 항상 느껴졌다. 힘든 일, 출근과 퇴근을 무한 반복하는 삶, 치사한 사회생활, 원치않은 업무 등. 일을 생각만해도 한숨이 나오는 나와 우리를 위해 인식의 전환을 시켜줄 인터뷰이가 너무도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한 친구를 생각하게 되었다.






취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학부의 마지막. 목적지없이 운전대를 잡는 것만 같았던 방황 속에서 친구 졍연이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녀에게 꿈을 물었고, 그녀의 인상깊은 대답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다. ‘앞으로 10명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 당시 그녀도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은 곧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 많다는 의미이기에 자신의 삶을 채울 새로운 일 10가지를 찾겠다는 그녀의 도전으로 이어졌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세계 각국을 머물며 가슴 뛰는 일을 찾아 여행중이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말엔 ‘후회’ 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생기 가득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그녀의 경험담에는 생동하는 즐거움만이 가득했다.




현재 그녀는 미국 워싱턴주의 밴쿠버(Vancouver)라는 도시에 머물며 전 세계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교육하고 있다. 자기소개 중 그녀가 사용했던 '머물다'라는 단어는 몹시 인상깊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간 이래로 줄곧 해외 이곳 저곳에서 생활해왔던 삶이 그 한 단어에 응축된 듯 했다. 작년부턴 취미인 카이트 서핑을 할 수 있는 바람이 부는 나라들을 좇아 한 달씩 머물며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지금 머무는 밴쿠버도 전 세계 사람들이 윈드서핑을 하러 오는 후드강(hood river)과 가까워 선택한 지역이라고.


'바람을 좇아 여행한다'라니. 좋아하는 것을 따라 삶을 개척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늘을 등에 이고 거침없이 파도 위를 질주하는 친구의 모습은 상상 속에서도 자유로워 보였다. 그렇게 바람의 자취를 밟아 선택했던 나라는 일본 도쿄, 대만의 펑후섬, 홍콩과 태국, 미얀마, 미국 뉴욕, 푸에르토리코 등이 있었다. 푸에르토리코는 다소 생소한 곳이라 좀 더 물어보았더니 그곳은 여행의 동반자인 남자친구의 고향이었다.


카이트 서핑을 하는 정연이


2015년, 그녀는 한국에서 근무를 하던 시기에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다. 당시 사용했던 외국어 교환 어플에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한국 여행을 온 그가 여행 투어를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선뜻 만나러 간 것이 인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녀의 선한 성격은 그들과의 투어에서도 발현되었다. 일주일동안 매일 유명 장소를 기획하여 투어시켜주고, 여행하며 빨지 못했던 옷들을 직접 빨래해주기까지 한 그녀의 정성에 감동하여 아버님이 푸에르토리코로의 여행을 제안하여 동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정연이는 든든한 여행 메이트와 함께 세계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세계 여행을 생각하게 됐을까? 그녀의 인생의 화두는 줄곧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Dream Job’을 찾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천직’을 찾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기준에서 천직이란 ‘내가 직접 돈을 내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 그렇지만 결국 타인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녀에게도 직장 생활의 경험은 있었다. 대학교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시장 분석가로 일했던 3년 반 정도의 시간을 '귀중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대기업이라 규모도 컸고, 본사가 이탈리아에 있어 해마다 해외 출장도 꼬박 갔으며, 싱가폴 지사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어 그곳에서도 1년 정도 일을 해 경력을 다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감사한 직장에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내적인 행복감이 없다는 걸 느낀 후, 과감하게 퇴사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경험,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일 것인데, 그녀 역시 모아둔 돈이 똑 떨어지면서 일거리를 찾는 여행으로 바뀌었다고. (웃음) 남자친구와 함께 VR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사업을 창업해보고, 인테리어 공부를 독학해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하거나 회사에서 쌓아둔 마케팅 경험으로 발주를 받아 돈을 벌어 여행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외국에서 일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엔 '그냥 하는거지'라는 대답 뿐이었다. 능력이 출중해 자신감이 많다는 게 아니라 일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구하면 된다는 마음가짐. 어쩌면 살아갈 돈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절박함이 자신감의 형태로 바뀐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경험 중에는 모델 활동도 있었다. 남자친구가 미국 시애틀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같이 갔는데, 그곳에 있던 쥴릴리(Zulily)라는 유명 의류 회사를 보고, 어릴 적 꿈인 모델 활동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애인의 적극적인 응원을 받아 서류를 지원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보고 그녀는 결국 모델 일을 따냈다. 여느 모델들처럼 키가 크거나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 의기소침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인터뷰라도 본 게 어디야’ 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다던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멋졌을지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미있는 경험을 실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한 가지를 끈질기게 탐구해보고, 시행착오 끝에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그녀에겐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푸에르토리코로 이동했는데, 웬걸! 자신이 현지인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웃음) 알고 보니 그녀가 갔던 동네엔 한국인이 별로 없어 그녀의 존재 자체가 곧 동네의 특별함이었다. 주민들이 평소에 한국문화를 너무 좋아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음식점에라도 가면 가게에 찾아올 정도였다고. 그중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몇몇 주민분들의 요청에 좀 더 전문성을 갖고 한국어를 가르쳐보고 싶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강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하다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혀 더 많은 국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다. 보통 1:1 수업방식으로 가르치는데, 한 달에 많으면 60명 정도까지 담당하니 수업량이 어마어마하단다. 더욱 놀라운 건, 그녀의 수업 방식이었다. 그녀는 각기 다른 목표를 지닌 학생들의 니즈에 따라 개별 수업 자료와 커리큘럼을 직접 만든다. 10대는 주로 한국으로의 유학 목적, 대학생부터 성인은 여행이나 한국 문화배우기, 혹은 한국인 배우자와의 더 좋은 소통을 위한 목표가 많아 각 학생의 성향과 동기에 맞춰 빠르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자신만의 교육 방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그녀의 교육에 대한 '꾸준함'과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마케터, 창업, 모델, 교사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왔기에 그녀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녀는 모두 매력있고, 의미있는 일들이었지만 매일의 행복 지수를 따지자면 한국어 교육이 가장 잘 맞다고 했다. 활동한지 벌써 1년째 되어 가는데, 이 일을 하며 알게 된 한가지 사실은 자신이 사람에 관한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점이다. 교육을 매개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맺는 관계를 단단히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대한 만족감이 매우 높다는 것.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선한 영향력을 받는다는 피드백이 올 때마다 더없이 행복하다고.


한국어수업하는 정연이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정착을 계획 중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매순간 정착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이런저런 경험을 해왔다고 대답했다. 이번에 선택한 장소 혹은 일이 나의 최종 목적지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쌓아온 경험들을 통해 비로소 진심으로 오래도록 좋아하고 싶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교육이 좋아 당분간 더 계속하겠지만, 혹시 또 가슴 뛰게 할 새로운 일을 만나게 된다면 언제든지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던졌다.



나의 마지막 질문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 아니 실은 나에게 해주고픈 응원의 한마디였다. 그리고 그녀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Just do it!’
정말 하면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잘하니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고, 또 하다 보면 잘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 순서를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할까 봐 혹은 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도전하는 걸 주저하는 것 같아요. 그럴수록 그런 마음을 버리고 0에서부터 시작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나둘씩 실천하다 보면 후회는 줄고,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을 그려가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거예요. 도전하는 우리 모두 겁먹지 말고, 계속 나아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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